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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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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01-19 ㅣ No.7323

 

어떤 젊은 부인이 여섯 살 아들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어린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날 수 없어 자매의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괴로웠지만

아들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엄마가 곁에 없어도 앞으로 더욱 굳건히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녀는 어린 아들에게 남편이 보는 앞에서 마지막 유언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 이 엄마는 하느님 곁으로 간단다.

엄마는 이제 하느님 곁에서 아름다운 천사들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살게 될 거야.

그래서 이제 엄마는 네 곁에 있을 수 없어.

엄마는 하느님과 함께 있으면서 네 뒤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엄마가 항상 네 뒤에 있기 때문에 엄마는 너를 볼 수 있어도 너는 엄마를 볼 수 없게 된단다.

그리고 네가 아파도, 네가 배고파도 그리고 네가 무엇을 원해도

엄마는 너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게 된단다.

하지만 아들아, 하느님과 엄마가 너를 지켜 줄 거야.

그러니 엄마가 안 보인다고 힘들어 하거나 슬퍼하지 말거라.

너는 어리지만 네가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혼자하기 힘든 일은 아빠와 이모가 도와 줄 거야.

엄마가 보고 싶으면 하느님께 기도하고 그래도 보고 싶으면 세수하고 거울을 보거라.

너는 엄마를 아주 많이 닮았으니까.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가 하느님 곁으로 가는 것을 기뻐해야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 아들을 지켜 주실 거야.”


어린 아들은 엄마의 말을 듣고 얼른 밖으로 나가 작은 꽃 두 송이를 꺾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꽃을 엄마의 입가에 대며 엄마가 마지막으로 꽃향기를 맡으며 하느님 곁으로 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매는 아들의 손 체취와 꽃 선물을 받고 편안하게 눈을 감았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이 엄마와 함께하는 과제물을 어린이들에게 내 주면서

엄마가 세상을 떠난 아이를 보며 난감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엄마 없는 아이에게 뭐라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엄마가 안 계시니 아빠와 함께 과제물을 해 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어린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선생님, 우리 엄마는 하느님 곁에 계셔요.

우리 엄마는 천사들과 함께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늘 나를 지켜보고 계시니까,

나는 혼자 이것을 할 수 있어요.

내가 혼자해도 엄마랑 함께 하는 것과 같아요.

내가 하기 힘들면 아빠한테 도와 달라고 할게요.”


유치원 선생은 어린아이가 총명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 어린이는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생에 대해서도 확실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선생이지만 자신은 그렇게 죽음을 설명 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었는데,

어린이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유치원 선생은 아이의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나눈 놀라운 대화에 대해 설명하며 감사와 기쁨을 전했다고 합니다.


어떤 부모는 자녀가 너무 어리다고 부모 중 누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자식에게 그것을 감춘다고 합니다.

멀리 외국에 나갔다고 하거나,

오랜 동안 돈을 벌기 위해 멀리 나가있다는 등의 말들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 어린이가 어느 정도 크게 되면 부모의 죽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어린이는 자기가 어린 시절부터 속아왔다는 배신감과

부모가 없는 세월만큼의 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그 상처와 아픔은 아무도 치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아픔은 그가 죽는 날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하더라도

그 어린이가 부모의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그 차원이 달라집니다.

그 어린이는 부모의 죽음을 딛고 일어섭니다.

일어서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의 유언을 마음에 새기고 어떠한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부모가 되어서도 자녀들에게 지혜로운 삶을 이어줍니다.


나는 이 말씀을 용인시 모현에 소재한 호스피스 병동 수녀님을 통해 전해 들으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글은 수원교구 송현성당 김봉기 마태오신부님(닉네임: 송현 마스터)께서

다음 카페[사제 성인 말씀]게시판에 올리신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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