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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의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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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02-15 ㅣ No.7352

집사, 그것도 정직하고 고지식한 집사가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집사가 복음에서 주인공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복음의 다른 부분에 비하여 특이하다고 생각되는데...

주님께서는 왜 잘못을 저지른 집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심지어 칭찬까지 하셨을까요? 

요 근래 ‘억대 명품녀 이야기’가 술자리 안주거리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부모가 그리 잘사는 것도 아닌데 억대의 명품을 지니고 산다는 어떤 이혼녀의 이야기가

가난하게 사는 보통 사람들의 속을 확 뒤집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건 그 명품녀가 특별한 수입도 없이 명품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허영심 때문입니다.

 허영심은 왜 생기는 것인가?

심리학에서는 허영심의 생성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모든 아이는 자기 약점을 보상하는 최선의 길을 찾아 나선다.

수많은 재능과 능력은 부족감에서 비롯된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동시에 열등감을 불러일으킨다.

열등감을 떨쳐내려는 시도는 인생의 전반적인 모습을 바꾸며

때로 극단적인 방식으로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시도를 낳기도 한다.

즉, 열등콤플렉스는 사람을 위축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과잉성취욕을 빚기도 한다.

이 과잉성취욕을 두고서 허영심이라고 하는데,

허영심이 강한 사람은 사회적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와 이익을 가장 먼저 챙기기에 가족이나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회피한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외롭고 인간관계는 궁핍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억대 명품녀의 심리를 정확하게 묘사한 것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집사는 억대 명품녀와 같이 허영심이 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주인 행세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왜 주님께서는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신 것인가?

그가 허영심이 강한 반면 융통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을 두고 뭐라고 부릅니까?

벽창호, 꼴통, 별로 좋지 않은 말을 많이 씁니다.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지나치게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삽니다.

엄격한 규칙이란 심리적인 무거운 짐과 같습니다.

그래서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은 늘 인생이 무겁고 힘겹다는 생각을 가지고 삽니다.

그러면서도 그 짐을 내려놓을 줄 모릅니다.

 

둘째,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규칙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합니다.

즉, 잔소리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자주 부딪치고 갈등을 빚습니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언급해서 상대방 속을 건드리고는

상대방이 반격하면 자기를 몰라준다고 속상해 하고,

자신은 늘 정당하고 구제불능인 사람들에게 당했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상대방들이 갈등이 깊어질까봐 입도 벙긋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은 대인관계가 좋지 않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집사가 허영심이 많고 융통성은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나 할 만큼 다 했어”하면서

성질을 부리다가 쫓겨나거나 고소를 당했을 것이 뻔합니다.

그러나 집사는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고는 너무나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융통성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태도에 대하여 주님으로부터 칭찬을 듣기까지 합니다.

불의한 집사는 사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과 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도 역시 집사와 마찬가지로 허영심과 열등감을 가지고

주제넘은 짓을 하며 살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집사와 같이 주님께 사랑받는 융통성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 처리하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감정 표현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스스로 감정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져서

부정적인 감정을 필요 이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 일상생활까지 흔들리며,

그런 혼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융통성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태연한 척하지만 실상은 깊은 상처를 받고

남몰래 원망하는 속없는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럼 감정 훈련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대개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은 상처에 대한 내성이 약해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타인과 교류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자기 안의 상처가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데,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꾸만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나고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불의한 재물로라도 친구를 만들라고 하신 것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어떤 마을에 고양이 두 마리가 살았습니다.

한 마리는 아주 고지식한 고양이인데,

다른 한 마리는 영 천방지축으로 보이는 고양이였습니다.

그래서 고지식한 고양이는 늘 천방지축 고양이를 보면 잔소리하고 무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고지식한 고양이는 쥐 한 마리 못 잡아서 늘 쫄쫄 굶거나,

개밥 그릇을 훔쳐서 끼니를 연명하는데,

천방지축 고양이는 늘 혈색이 좋고 몸집도 좋아지는 것입니다.

어느 날 궁금함을 참다못해 천방지축 고양이가 쥐 사냥을 나가는 걸 따라가 보니

처음에는 “야옹, 안 오면 혼난다.” 한 마리도...

다음에는 쥐 소리 “찍찍”.

쥐들이 말하길 “쥐 말은 하는데 발음이 엉망이다. 넌 쥐가 아니야.”

그런데 다음에는 “멍멍” 하자 쥐떼들이 우르르 나오면서

‘고양이가 개소리 하는 건 첨 본다’ 하면서 모두 나와 구경하더랍니다.

나온 쥐들 앞에서 개소리 흉내를 요란하게 낸 고양이는 쥐들을 보고는

“공연을 봤으면 입장료를 내야지” 하면서 그중에 가장 성질 고약한 쥐를 잡아먹었는데

다른 쥐들이 박수를 치고 앙콜을 외치더랍니다.

그리고는 천방지축 고양이는 고지식한 고양이를 보고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적어도 ‘이개 국어’는 할 줄 아는 센스가 있어야 돼.”

그러나 고지식한 고양이는 “어찌 고양이가 개소리를 낸단 말이냐” 고집부리다가

굶어 뒤졌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봉사하시는 어떤 형제님이 계십니다.

어찌 그리 열심이시냐 물으니 사실은 자기 직업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인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는 수 없이 하고는 있지만,

나중에 하느님께 덜 미움받으려고 착한 일을 하러 다닌다는 것입니다.

이 형제님의 이야기는 사실 보통 신자분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먹고사느라 죄를 안 짓고 살 수가 없다고들 하시고,

심지어 어떤 분들은 나중에 죄 안 짓고 살게 될 때 신앙생활을 시작하겠다고도 하시는데,

그리 하실 일이 아니라 복음의 집사처럼 융통성 있는 신앙생활을 하신다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결과라도 얻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제 성인 말씀중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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