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아버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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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 [yu1214] 쪽지 캡슐

2000-01-26 ㅣ No.735

[토토]함 읽구 울어보자구!!

 

 

아버지를 위하여

 

나가이 다카시는 일본의 선구적인 핵의학자였다.

1949년 나가사키 의과대학 교수로 연구에 전념하고 있던 그는 그해 8월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원폭피해자가 되어 일생을 백혈병과 원자병으로 고생하였다.

아내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 병든 몸으로 세이이치와 가야노, 두 남매를 돌봐야 했으나 아이들은 아버지의 바램에 어긋남 없이 잘 자라 주었다.

가야노가 국민학교에 입학한 지 3주가 지난 어느날 오지 않아 침대에 누워있는던 나가이는 슬슬 걱정이 되었다.

어린것이 무슨 사고라도 당하지 않았을가 하는 걱정에 자꾸만 몸을 뒤척이고 있는데 대문 밖에서 아이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다른날 같았으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문을 열어젖히고 밝게 웃으며 들어왔을텐데 그날다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나가이는 침대에서 간신히 일어나 창문밖을 내다보앗다.

아이는 무언가를들고 그것을 쳐다보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걸어오고 있었다.  잠시 후 마루위에 올라온 가야노의 발자욱 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이는 생각했다.

'저런 걸음으로 왔으니 5분도 안되는 거리가 30분은 족히 걸렸겠군...'

가야노는 방문 밖에서 손에 들고 온 것을 내려놓고 방문을 열더니 다시 그것을 들고

천천히 침대 가까이로 다가왔다.

가야노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아버지, 이것 받으세요."

가야노는 천천히 아버지의 손에 그것을 넘겨주었다.  가야노가 내민 것은 파인애플 주스였다.  작은 컵에든 주스는 채 두 모금도 안될 것 같았다.  긴장이 풀어진 아들은

숨을 몰아 쉬었다.

"오늘 급식에 나온 주스인데요, 조금 마셔보니 맛이 너무 좋아 가져왔어요. 그런데 가져오다가 조금 흘렸어요.  아버지 얼른 잡수세요."

아들의 성화에 파인애플 주스를 마시는 나가이는목이 메어 채 반을 마시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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