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엽기와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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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민 [tearswon] 쪽지 캡슐

2000-09-21 ㅣ No.4553

숙제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다가오면 그사이의 안이함에 대한 대가를 기꺼이 감내하고라도 제출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쉬운단어로 열심히 문장을 만들고 이리저리 조합해 보지만, 다 쓰고 나면 문법적으로나 어휘적으로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굳이 한문을 인용해가며 어려운 단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요, 영어 문법을 지켜가며 써야하는 영작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자한자 읽어내려가면 이상하다는 기분을 지울수 없는게, 단기간 내에 써내는 성의없는 숙제인탓도 있겠지만, 그사이 인터넷을 횡횡하는 줄임말들과 속어, 비어들에 익숙해져버린 내 두뇌는 이제 표준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21세기는 정보의 공유화사회라 한다. 굳이 거창하게 정보의 공유화며 정보전쟁이라고 떠들어 대지 않더라고 요사이 하루 한시간 인터넷을 여행하지 않는자는 대화에 낄수 없을 만큼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여행을 하고 나면 누군가와의 대화에는 어김없이 인터넷 용어가 나와야 신세대라는 말을 들을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는 사이 말을 줄이고 소리나는 대로 적고 있다. 정보의 공유화 시대..,그러나 공유하는 정보만큼 국가간 경계는 무너질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국가간 차별화를 할수 있는 가장 큰 변수는 언어가 될것이다. 그렇게 되었을때 이리저리 줄이고, 늘이고, 마음대로 고쳐버린 한글을 과연 누가 눈여겨 봐줄까? 그런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라고...그런 한글이 요즘 신음하고 있다. 지하 어느곳, 저만치 깊숙한 곳에서 통곡하고 계실 우리의 세종대왕님이 이제는 활짝 웃는 그날이 바로 오늘 이었음 좋겠다...아침에 읽은 기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누구의 글인지는 몰라도 당장에라도 달려가 반성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로...

 

<요즘 젊은층 사이에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은 엽기와 공짜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모두 걸핏하면 ’엽기야’라고 말한다. 기껏해야 ’이상하다.’ 내지 ’우습다.’ 고 해야할 대목에서 어김없이 "정말 엽기다."가 튀어 나온다. 엽기의 사전적 뜻은 ’기괴한 것에 강한 흥미를 갖고 찾아다니는 일’ 이지만 상관없이 그저 기발한 모든 것을 통칭한다.

엽기라는 말이 널리 퍼진건 인터넷을 통해서다.PC통신에 등장하면서 일상 용어로 떠오른뒤 네티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급기야 괴상한 내용과 개연성 없는 상황전개로 구성된 이른바 엽기적인 광고가 늘고, ’텔미썸딩’ ’섬’등 끔찍한 영화가 인기를 끌더니 근래엔 엽기 장난감까지 생겼다.

기성세대로선 이해하기 힘든 이런 현상에 대한 해석은 구구하다. 엽기의 특징이 폭력성과 광기라는 점을 들어 기존질서에 대한 젊은층의 반항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량학살을 주제로 한 할리우드식 영상물이나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것을 좋아하는 일본문화의 영향탓이라는 분석이 많다.괴상한 캐릭터 투성이인 일본만화나 피가 낭자한 컬트영화를 보고 자란 결과 웬만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단지 유행어라는 시각도 있다. 꾸벅(안녕), 어솨요(어서오세요), 총잡이(주유원), 얼큰이(얼굴큰 아이), 번개(즉석미팅)처럼 네티즌들이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 신종단어내지 기존언어 파괴현상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채팅이나 휴대폰 문자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글쿠(그렇구), 넘(너무), 당근이지(당연하지)등 줄임말이나 시로(싫어), 마니(많이), 조아(좋아)등 소리나는 대로 쓰는 말이 급증하는 것과 다름없는 맥락이라는 얘기다.

공짜라는 말 역시 ’나는 공짜가 좋다.’ 라는 카피와 함께 대유행이다. 언제 공짜 좋아하지 않은 적이 있었으랴만 인터넷 무료 서비스 증가 이후 일찍이 없던 공짜찾기 붐이 일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밝고 건강해야 할 세대가 엽기와 공짜에 열광하는 건 우울하다. 살벌한 세상때문이라도 그렇고 단순한 유행이라도 그렇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이렇게 써내려가다 보니 너무 흥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확대 해석 했다는 기분도 드네요...요사이 불안한 심리상태때문인지 작은 것에도 자극적으로 반응하고, 해석하는 버릇이 들어서 그런지....그냥 순수한 의도에서 쓴 글인데 모두들 이해해 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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