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동성당 게시판

빼빼로 게임도중....

인쇄

이제욱 [austin89] 쪽지 캡슐

1999-12-29 ㅣ No.258

한 8-9년 전쯤 빼빼로라는 과자가 한참 유행하고 있을때 였다.

여느해와 마찬가지로 중교들부 교사들은 답사를 갔다.

아마 충청도 어디라고 기억된다.

나도 물론 교사였다.

 

그곳은 충청도의 어느 터미날에 내려서 시외 직행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더 가서 종점에 위치한 조그만 시골 학교였다.

예정대로 답사일정을 마치고 그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시외 직행 버스에 오르려는 참에

마침 버스 종점에는 조그만 가게가 있었고 우리는 그 가게에서 그날의 최고 매출을 올릴 정도의 과자와 음료수를 구입했다. 물론 빼빼로는 빼놓지 않았다.

해는 뉘엇뉘엇지고 있고 우리 교사들은 버스의 맨 뒷자리에 바글바글 모여 않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모씨댁 모 요X라는 선배 여교사가 빼뺴로 게임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때는 누구나 할 것없이 다 참여했다. 서울서 하자구 그럴 때는 아무도 안하더니 용기들이 많이 생긴 모양이었다. 한 마디로 아는 사람이 없고 볼 사람도 없다는 뜻이겠지... 그 빼빼로라는 물건은 길이가 약 15센티정도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리고 그것을 양쪽에 물고 또깍또깍 깨물어 먹어들어가면 점점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워진다는 것도 다 알고 계시리라.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입술도 어쩌구 되는 경우도 허다한 게임이라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또 그걸 즐기려고 하는 게임이라는 것도 다 아실 것이다.

하여간 우리는 심취하여 그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안의 모든 조명(?)이 들어오더니 마이크를 켤때의 그 하울링 소리와 함께 굵직한 기사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만한 사람들이 말야으야으~~  뭐하는 짓들이야으야~~!! 도대체 뭘배웠어으어으~~~~? 어으어으어으엉~~~~?? 말해봐으봐으봐으~~~!!!"

기사 아저씨는 버스안의 룸미러로 우리들이 즐기는 빼빼로 게임을 다 보고 계시다가 드디어 한계에 다다르신 것이다. 우리는 조용히 충청도의 한 터미날까지 올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그때의 교사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그때의 그 사건을 가끔 이야기하곤 한다.



3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