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

인쇄

김승현 [gregorius] 쪽지 캡슐

2000-09-17 ㅣ No.1756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

 

   제가 이곳 중계동 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신부 생활 13년 중, 가장 긴 시간, 가장 많은 것을 내어놓은, 이곳 중계동 신앙 공동체는 저의 첫 사랑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첫사랑을 평생동안 간직하며 살아야 한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저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결코 5년이란 시간이 짧은 것은 아닌데,

정신없이 바쁘게만 살아 낸 것은 아닌지 ?  그래서 5년이라는 세월이 며칠밖에

안 된다는 느낌을 갖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정말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현실로 눈앞에 다가서고, 이것, 저것 짐을 꾸리면서 5년간의 시간을 뒤돌아봅니다. 물론 나름대로 사느라고 살았지만, 하느님께 교회나, 신자들에게 "누"가 되는 삶을 살지는 않았는지 ?

저의 부족과 못남으로 신자들에게 불편함을 드리거나, 아프게 하여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는지? 특히 신자들이 하느님께로 향하는 신앙 여정에 걸림돌이나 장애물이 되지는 않았는지? 참으로 마음이 혼란스럽고 복잡합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혹 제가 부족하고 못난 탓에 여러분들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고, 떠나 보내며 새롭고 좋은 마음, 서로의 삶을 축복해 주는 손짓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합니다. 서로를 기억에 떠올릴 때, 좋은 사람, 편안한 사람,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람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이 질문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 질문의 답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시작이며, 전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도교의 믿음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믿으며

주님으로 고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서로를 안다는 것, 서로를 생각한다는 것, 서로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의 시작이요, 신앙의 신비를 구체적으로 내가 사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예수님을 알고 믿으며, 주님으로 확신에 가득 차 고백하는

신앙인 이기를 기도 드리겠습니다.

제가 함께 '못 다한' 여러분의 신앙의 여정을 주님께서 채워주시라고 기도 드리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겨우 떠나야 할 시간이 되어 여러분이 제 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고, 아마도 보내야 할 시간이 되었으므로 슬픔이 오기 전, 기쁨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훗날! 저는 여러분 모두를 다시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교회의 한 사제로 많은 이들을 사랑했고, 그 많은 이들 때문에 못내 가슴 아팠을지라도, 제가 간직한 그 사랑으로 인해 제 삶은 아름다웠고 또 충분히 행복했노라고 소리 낼수 있었습니다."

 

   주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함께 해 주신 모든 시간과 마음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0917

                           

                          김 승현 그레고리오

 

 

 

 

 

 

 

 

 

 

 

 



14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