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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4 삶의 이야기(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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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1-24 ㅣ No.221

        너무 부르고 싶은 이름..엄마 입니다
벌써 17년이 흘렀습니다. 제나이 이제 겨우 31살... 시간은 참으로 빠른가 봅니다. 어린 소녀시절 엄마 없이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까? 막막하기만 했는데........ 그래도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엄마는 10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아빠와 결혼을 했습니다. 시집오니 아무것도 없고 숟가락, 냄비, 요강이 전부 였다고 합니다. 고된 생활이기에 늘 지쳐 있었고... 그래도 남편의 사랑으로 힘이 든것도 모르고 살았답니다. 그리고 아들넷, 딸 하나를 낳았지요. 막내 딸이 초등학교 1학년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한 집안의 기둥이였던 남편이 죽고나니 그 심정이야 말로 할수 없었겠지요. 어린 자식들과 먹고 살아가려니... 엄마는 강해야만 했었나봅니다. 힘이들땐, 아니, 배가 고파서 였을까요... 일은 힘이들고... 몸은 지치고.. 어느 자식하나 엄마 마음은 몰라주고 속만 썩이고 그래서 일까요... 저녁때가 되면 늘 술을 드시고 들어 오셨습니다. 엄만 막노동을 하셨거든요. 술을 드시면 꼭 눈물을 흘리셨죠. " 너희 아버지 따라 가겠다고" 근데 저는 왜 그리도 그 말이 듣기 싫은지... 아니, 그 말보단 엄마가 술을 드신다는 그 자체가 이웃이나, 친구들 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더 해서 였을 겁니다. 그래서 나는 자모회라든가 학교 행사때는 작고 아주 초라한 엄마가 오는 것이 너무 싫어서 아예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의 엄마가 부러웠습니다. 젊고 세련되어 보여서 우리 엄마와는 아주 다르게 보였으니까요. 엄마의 술은 점점 더 늘어만 같습니다. 울고 불고 하는 횟수도 늘어만 같지요. 저는 그 때 이런 결심을 했습니다. 절대, 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이결심은 아직도 지키고 있지만.... 근데, 이상한건 저는 꼭 소풍, 운동회, 여러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엄마가 용돈을 주시면 다른건 사가지 않아도 엄마를 위해 막걸리 한병은 꼭 사가지고 갔으니깐요.. 술을 드시는 모습이 싫었지만 꼭 사가야 한다고.. 그래야 제일 기뻐 한다고 생각 했으니... 너무 철이 없어서 일까요? 마흔의 나이에 막내 딸을 낳아서 그딸이 기특해서 였는지... 술 한병으로 동네 잔치를 벌렸으니... 늘 동네 분들에게 대접을 할때면 우리 딸이 사왔다고 자랑을 하시면서 드셨지요. 사랑이 그리워서 일까요 혼자 있기를 싫어하고, 맨 정신으론 잠을 자는 것 조차도 두려워 했고, 때론 맨 정신일때는 저를 꼭 아주 꼭 안고 주무셨습니다. 몇년 못되어 엄마는 돌아가셨습니다. 술을 드시면 꼭 하셨던 말 중에서 이런 말이 생각이 나는 군요.... " 다른 놈은 걱정이 안되는데... 우리 막내 딸을 두고 가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고 그래서 내가 눈을 못 감겠다고" 중풍으로 쓰러지신지 24시간 만에 돌아 가셨습니다. 돌아 가실때도 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손을 꼭 잡고 돌아 가셨습니다. 숨을 거둘 때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그만 돌아가셨지요... 제나이 13살... 하늘이 무너 지는 것 같이 캄캄했지요... 삼오가 지나고 다들 돌아 간 다음의 적막감이란 ... 말할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모든것이 절망이 였는데.... 그래도 살아 있으니 이렇게 세월은 흘렀습니다. 이렇게 비가 올때면 산너머 계신 엄마가 추워하겠지...라는 생각도 했는데... 마음이 강팍한 탓일까요..... 무덤덤해지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몇년 못 살고 돌아 가실줄 알았다면 좋아 하시는 술이라도 잔뜩 사다드리고 짜증 내지 않고 마음 편히 해드렸으면... 후회는 덜할텐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자식을 키워보니 엄마가 더 그립네요..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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