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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9 삶의 이야기(가슴으로 담아낼 내 딸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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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2-09 ㅣ No.253

      가끔씩 딸애와 얘기할때면
      
      언제 저렇게 훌쩍 커버렸나 하고 
      
      감사할때가 많습니다
      
      딸애가 이제 23살이 되고보니
      
      어떤일이든 의논할수 있는 
      
      친구처럼 되어버렸죠
      
      때로는 나를 보호해 주는 
      
      보호자 처럼 많이도 커버렸어요
      
      
      
      가끔씩 어릴때 가슴아팠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딸아이 3살때..
      
      그 어린것을 데리고 재혼해 살면서
      
      한푼이라도 벌어 보겠다고
      
      처녀때 부터 하던 택시운전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시어머님이 집안 살림을 
      
      맡아 해주셨는데
      
      자연히 딸애도 시어머님이 키워주셨죠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 일이였지만 
      
      항상 피곤한 나머지 쉬는날은 
      
      새벽에 교대하고 들어와서는 
      
      늦게 까지 잠을 자야했어요
      
      오후에 일어나 보면 그 어린것은 
      
      엄마를 깨우지도 않고
      
      엄마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며 
      
      머리맡을 지키고 앉아 있었죠
      
      이튿날은 또 새벽에 일하러 
      
      가야하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까닭에
      
      딸애를 데리고 산책한번 다녀보질 못했어요
      
      할머니 역시 살가운 손녀가 아닌 며느리가 
      
      데리고온 손녀이기에
      
      바깥바람 한번 쒸워주질 않으셨고
      
      어린것이 바깥바람이 쏘이고 싶을때는
      
      앞집아줌마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나면
      
      따라나가서 바깥 구경을 하곤 했었죠
      
      누가 데리고 나가주질 않으니
      
      과자를 돈주고 사먹는것도 몰랐던 거에요
      
      애들이 과자 먹는것을 보면 앞집아줌마 보고
      
      "아줌마 나 저 과자 먹고 싶어요" 하면
      
      그 아줌마가 과자를 얻어 먹이고 
      
      또는 사 주고 했답니다
      
      그러고도 바닥에 흘러져 있는 
      
      과자는 다 주워 먹는대요
      
      시어머님은 시장을 가실때도
      
      딸애 혼자 집에 두고는 
      
      남편의 아들만 데리고
      
      시장 갔다 오시곤 하셨어요
      
      어느날은 딸애가 할머니 서랍장을 가리키며
      
      저 속에 있는 사탕이 먹고 싶대요
      
      "엄마 할머니는 오빠가 학교갔다오면 
      
      오빠만 사탕주고 나는 안줘..
      
      (..그래.. 자기 피가 섞이지 않으니 이쁘지도 않겠지... )
      
      하면서 이해는 했지만그런말을 들을때는
      
      어린것한테 내가 너무 죄를 짓는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재혼해 사는죄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아픈 가슴만 쓸어내리곤 했었죠
      
      택시 운전을 하면서도 시어머님한테 
      
      애를 맡긴것이 불안해
      
      점심은 항상 집으로 먹으로 왔는데
      
      점심 먹고 갈때는 어린 딸애는 항상 
      
      5층 배란다에서 엄마차가 떠날때까지 
      
      손을 흔들곤 했어요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갈때면
      
      할머니가 무서워 문앞에 
      
      서성이지도 못하고 있다가
      
      내가 주방에 들어가면 그때서야 
      
      따라들어와서는 옷자락을 잡고는 
      
      놓지않고 따라다녔죠
      
      어느날.. 집에 들어섰더니 애가 울먹이면서도 
      
      차마 울지는 못하고
      
      억지로 울음을 참는 표정이였어요
      
      할머니 한테 혼났나보다 생각하며 
      
      점심을 차려서 먹는데
      
      밥도 잘 잘 먹지도 않고 엄마 일하러 
      
      가지 말라고 칭얼거리는 거에요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는 무서웠는지 
      
      감히 말도 못하고 있다가
      
      내가 오니까 엄마한테 어리광을 부리며 
      
      매달리는 것이였어요
      
      그것을 본 시어머님은
      
      "이건 잘 놀다가도 지 엄마만 보면은 칭얼댄다" 
      
      하시며 나무라셨죠
      
      시어머님한테 서운하기도 하고 
      
      야속한 마음도 들었지만
      
      아무말도 못하고 점심을 먹고 
      
      그냥 나와서는 딸애가 손을 흔드는걸 보려고 
      
      배란다를 올려다 보았는데 문이 닫혀져 있었어요
      
      시어머님이 애가 손흔드는게 보기 싫어 
      
      일부러 닫았을꺼라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지듯 아팠지만 어쩔수 없이 
      
      그냥 택시를 몰고 나왔죠
      
      이튿날 딸애한테 
      
      "민경이 어제 엄마 가는데 왜 바이바이 안했어?'
      
      물었더니 바이바이 하러 나갈려고 하니까
      
      할머니가 못나가게 
      
      문을 닫아버려서 바이바이 못했다 라고..
      
      그때 너무 가슴이 아파 혼자 울면서
      
      (..민경아 어서 빨리커라 어서 빨리 크거라..
      
      네가 빨리 커야만 이 엄마 
      
      가슴 아픈일이 없어 질꺼다 빨리 커라..)
      
      하면서 얼마나 빌었는지요..
      
      딸애가 5살 되던해 
      
      잠깐 일하지 않고 쉰적이 있었어요
      
      엄마가 항상 집에 있으니 
      
      딸애는 생기가 돌더군요
      
      시장 갈때는 항상 딸애를 데리고 다녔고
      
      어떤 물건이든 과자든 
      
      모두 돈을주고 사야 된다는것도
      
      시장 따라 다니면서 알게 되었죠
      
      엄마랑 같이 밖에 나가 놀이터에서 
      
      놀다 오는것도 알고 자연히 동네 아줌마들과 
      
      어울리니 친구들도 생기고
      
      딸애가 생기가 도는것 같아 
      
      나도 덩달아 좋았어요
      
      어느날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방 바닥에 툭 던지고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것을 본 남편이
      
      화를 버럭내면서 제자리에 갔다 놓으라고 하자 
      
      딸애는 무서워 나한테 안기더라구요
      
      남편은 빗자루를 가지고 와서는 
      
      빨리 제자리에 갔다 놓으라고
      
      나한테서 딸은 떼어 놓으며 
      
      종아리를 몇대 때렸다
      
      딸애는 무서워 울고 나는 그때 
      
      얼마나 화가 나는지
      
      5살 짜리는 5살짜리 행동밖에 할수 없다고 
      
      고함을 치며 "어린애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제자리에 고이 갔다놓고
      
      다른 장난감 가지고 노는애가 
      
      어디 어린애냐? "고
      
      "내딸 교육은 내가 시킬테니 상관말라"고 
      
      처음으로 다퉛죠
      
      남편은 자기한테 데리고 왔으면
      
      자기가 교육시키는데로 놔두라고 했지만
      
      어린것 한테 너무 못할짓을 한 
      
      못난 엄마 같은 생각이 들어
      
      애를 안고 울면서 남편에게 말했죠
      
      앞으로 내 딸이 잘되든 못되든 
      
      내가 교육시킬테니 절대 상관하지 말라고..
      
      할머니 하고 살면서 기한번 못피고 살았는데
      
      이제 엄마 앞에서 어리광좀 부리면 어떠냐고..
      
      불쌍한 내 딸 부모 잘못만난 죄로 
      
      어린것이 얼마나 상처가 컸을까를 생각하니
      
      죽어서도 그 죄를 다 못씻고 
      
      죽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한몸 부서져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너 하나 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키울꺼라고 
      
      맹세하고 또 맹세 했었죠
      
      살면서.. 남편의 아들때문에..
      
      내가 데리고 내 딸 때문에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었는지..
      
      이제는 그런 남편과 
      
      20년의 재혼 생활을 청산하고
      
      내딸과 둘이서만 오붓하게 살고 있답니다
      
      내 비록 버스 기사를 하면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지만
      
      지금의 이 생활이 얼마나 마음 편하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어릴때 부터 아빠품에 한번 
      
      안겨보지도 않았던 우리딸..
      
      다른아빠들이 자기애들은 안아줄때면
      
      지극힌 정상인 그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보던 우리딸이
      
      지금은 비록 대학생 이지만
      
      이젠 성장을 해서 마음 든든한 
      
      내 보호자 노릇을 하고 있답니다
      .
      .
      .
      
      이글은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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