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기한(期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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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kimpaul25] 쪽지 캡슐

2004-09-01 ㅣ No.3102

 

기한(期限)


  공무원 아파트 분들은 5년을 기한으로 사는 나그네 삶이라고 쓸쓸히 웃는다. 6개월로 전전하며 싸구려 방을 찾아 복덕방을 헤매던 기억이 어제 같은데 나이 예순을 알리는 낙엽이 발등을 때린다. 달을 넘기지 못하여 전세 값이 껑충껑충 오르던 30년 전, 5년 셋방이란 참으로 꿈같은 염원이었다.

  6개월과 5년의 기한 모두가 100년 계약 안에 있다. 고무줄놀이 하다가 걸리면 100년 계약이 만료 전 무효이다.

 그러고 보면 기한을 정해놓고 사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더냐? 창조주께서는 기한을 넘어 만든 것이 없다. 기한 밖은 창조주의 특별 영역이다. 그러니 소유한 것 모두가 시한이 정해진 약속어음에 불과하다. 기한이 되기 전에 찾아 이웃에 풀어 명한(命限)을 가볍게 해야지. 재물도, 명예도, 사랑도, 미움도, 아픔도, 모두 털어버리고 가야지. 털린 애착의 씨앗이 무덤에 역겨움까지 승화시키는 진달래꽃으로 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를 따르려면 가진 것을 모두….’

우리에게 기한을 명하신 창조주의 오직 이 단 한 말씀이었지요.



 지난 미사시간 구역장의 ‘기간을 정해놓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말씀이 마음을 울렸다.  ’그 옛날 전세방을 헤매던 일을 까맣게 잊었구나! ‘ 생각하는 순간, 창조주께서 나를 창조하실 적에 정해주신 기간이 최대 100년을 넘지 못할진대, 내 나이 60이면…! 이제는 모두 털어야 하겠다. 미움뿐 만아니라 사랑이라는 애착까지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원칙으로 가볍게 만들어야 하늘나라 훨훨 날 텐데. 이 무거운 짐을 어쩔 건가. 성서 안의 부자의 걱정을 나는 하고 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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