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엉터리 아빠의 육아일기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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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형 [solo0001] 쪽지 캡슐

1999-08-01 ㅣ No.2011

현호의 일기

 

저 놈은 오늘도 저 곳에 쭈그려 앉아있다.

마치 태고의 신비를 갈무리한채 수 억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가벼운 미동도 없이 앉아있다.

 

나는 저 놈을 보면 가벼운 현기증을 느낀다.

마치, 저항할 수 없는 먹이를 발견한 솔개처럼, 아득한 환희가 머릿속을 스친다.

헌터로서의 동물적 본능이 또다시 나를 이끈다.

 

저 놈이 졸고 있는 지금이 절호의 찬스다.

나는 몸을 바닥에 딱 붙인 채, 기도비닉을 유지하며 그림자 처럼 다가갔다.

한걸음, 또 한걸음.....

 

"딸랑~"

 

윽!! 빌어먹을 놈의 딸랑이.....(잘 빨리지도 않는 것이 소리만 요란하다)

놈이 움찔했다.  하지만 아직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는 못한것같다.

 

마치 영원처럼 긴 시간이 흘러가고, 마침내 놈은 다시 머리를 아래 위로 건들거렸다.

주변에 산재해 있는 소리나는 부비트랩에 주의하면서 다시 천천히 기어가기 시작했다.

10센티... ... 5센티... ...3센티.....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호흡을 멈췄다.

귓가로 한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이제 이 팔만 뻗으면 놈이 내 손아귀에 들어온다.

전신의 혈관을 타고 아드레날린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나는 이 느낌이 좋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나는 주저없이 손을 뻗어 놈의 털을 움켜쥐었다.

 

"꺄우우~~~~"

후다다닥~~~~

"왁왁!!~~~~으르르르....."

 

하하하,  놈은 허둥지둥 도망치며 짖어대기 시작했다.

 

새까만 놈.....

귀여운 놈.....

 

오늘도 놈은 여전히 내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했다.

 

곰돌아 내일도 놀자~

 

아기 여러분, 동물을 사랑합시다


추신 >>>

 

지겹게 이야기하는 거지만, 지난 이야기를 읽고 싶으시거나, 제 홈페이지를 구경하실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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