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백수의 사랑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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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psken] 쪽지 캡슐

2003-10-15 ㅣ No.8954

 

 

백수이야기 레스 고우----

 

 

 

백수 :

 

만화방 달력에 빨간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날짜가 있는 걸 보았다. 무슨 날일까? 아마 한달에 한번정도 그 삭막한 아저씨가 오는 그날인가보다. 무슨날인가 .......? (음흉한 웃음) 조심해야겠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긴 해도 그녀의 성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통같은걸 안다. 그날 잘못걸리면 뭔가 날라올것 같은 으시함이 들었다.

 

 

만화방아가씨 :

 

 며칠있으면 내 생일이다. 이젠 내생일날을 축하해줄 사람도 별루 없다. 슬프다. 달력에다 동그라미를 쳐놓고 나를 달래보았다. 혹 그백수가 이표를 보고 내생일인걸 생각할수 있을까? 괜한 기대는 하지말자. 그녀석은 인간의 탈을 쓴 바보다. 저길봐바. 가스통에 맞은것처럼 으시시대잖아..

 

 

백수 :

 

그녀를 보러 만화방으로 갔다. 오늘은 이름과 나이를 꼭 알아야 겠다. "에.. 아줌마 ,,, 아줌마 노처녀 맞죠?" 얼떨결에 이렇게 말해버렸다..

 

 

만화방아가씨 :

 

 이 백수녀석이 아줌마도 모자라서 이제는 노처녀라고 놀린다. 열받아서 25살도 노처녀야? 라고 따졌다.

 

 

백수 :

 

25살? 생각보다 훨씬 어리네.. 그럼 나하고 3살차이니까..음.. 딱 좋네.. 이렇게 생각하니 그녀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인다.

 

 

만화방아가씨 :

 

그녀석이 내가 만으로 25살인걸 눈치챈것 같은 요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7살이라고 말해버릴까..? 저녀석 나이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쪽은 몇살먹은 백순데요?" 라고 말했다..

 

 

백수 :

 

역시 그때 내가 백수라고 한걸 들었구나..흑 28살이나 되어가지고 백수라 그럴까봐 아줌마보다는 한살 많아요라고 말했다. 잘했쥐..

 

 

만화방아가씨 :

 

뭐야 연하잖어.. ! 연하도 괜찮을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저녀석이 나하고 무슨상관이라고... 다음에 기회봐서 말을 놓아야 겠다.

 

 

백수 :

 

만화방에 오늘은 좀 늦게 갔다. 안에는 그때 삭막하게 생긴 아저씨가 있었다. 그래서 만화책만 뒤적이다. 그냥 집으로 갔다. 가다가 생각하니 오늘이 그날이다. 조심해야겠다. 그러고보니 내가 지금껏 그녀를 좋아만했지 뭐하나 준게 없다. 편지도 한번 안보냈으니.. 호주머니에는 만원짜리하나가 있다. 뭘사가지고 갈까..? 아무래도 먹는게 남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렸다. 순대 족발 통닭 닭똥집....비암..아무리 떠올려도 그녀가 좋아할만한게 없다. 근처에 제과점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저기 가면 뭔가 살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케익을 샀다. 졸라 비쌌다. 만원으론 거기있는 것중에 제일 작은거밖에 살수가 없었다. 그래도 포장을 해 놓으니 순대나 족발싸놓은거 보다는 있어보인다. 아직 그녀가 돌아오지 않았나보다.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구 있다. 저자린 아마 졸리게 만드는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거 같다. 그 아저씨한테 이 물건을 주며 어떤 멋있는 단골이 줬다라고만 말하라고 했다. 썩 나를 쳐다봤다. 왜 보셨을까..? 나도 의심이 갔다. 그래서 한마디 더했다. "이거 먹지 마요.." 그 아저씨가 왠지 그녈 안주고 먹어버릴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 들었다. 그래도 오늘 뭔가 내 마음을 표시한 것 같아 기분이 괜찮았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 내 생일이다. 아빠 엄마한테서 연락온거 말고는 아무도 내 생일을 기억하며 전화해준 사람이 없다.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오후에 친구를 만나 술이나 한잔하구 자축해야겠다. 그러던차에 삼촌이 오셨다. 오늘 내생일이신걸 아셨나부다. 내가 만화방 봐줄테니 오늘 하루라도 맘껏 놀다 오라 그러신다. 겉모습과 달리 마음이 참 상냥하신 울 삼촌이시다. 같이 늙어가는 친구불러서 놀았다. 그냥 조용하게 제과점서 케익사서 파리하고 저녁무렵에 괜시리 그때 그영화 또봤다. 친구가 딴거 보자고 그랬는데 그냥 그영화가 보고싶었다. 만화방에 가니 삼촌이 뭘 준다. 좀 덜떨어지는 백수같은게 그냥 단골이라 준다 그러면서 놓고갔다는 것이다. 케익이다. 누굴까..? 혹시 그백술까..? 좀덜떨어지는 놈이라니.. 그런거 같다. 근데 그에겐 그럴만한 센스가 있을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나 오래 못살거 같다. 내 미모는 아무리 감출려고 해도 안되나 보다. 흑흑.. 미인박명. 그녀석이 주었을까... 감히 백수연하주제에.. 근데 나 이거 그가 선물한 것이면 좋겠다.

 

 

백수 :

 

그녀 이름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 오늘은 과감히 만화책을 빌리자. 자연스럽게 내이름도 가르쳐 주고 기회를 봐서 그녀이름도 물어보아야겠다. 그 케익은 잘먹었을까..?

 

 

만화방 아가씨 :

 

그 녀석이 오늘 무슨 결의를 하고 온거 같다. 역시 그때 그케익은 그가 준것이.. 무슨 고백이라도..? 근데......약간이나마 기대를 했던 내자신이 한심스럽다. 들어올때 날 쳐다보도 않고 만화책 몇권을 뽑아와가지고 경색된 얼굴로 이거 빌려가겠습니다 라고 그랬다. 난 또... 좀 아쉽다. 그러고보니 오늘 처음 빌려가는거 같다. 이녀석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 절호의 찬스다. 나보다 한살 어린걸 알고 있는터라.. 버릇처럼 반말이 나왔다. "이름이 뭐야? 주소하구 전화번호 불러봐요.."

 

 

백수 :

 

뭐야".. 지금 나한테 반말을 한건가? 한살정도 많은놈 한텐 자연스레 반말이 나온다..? 옛날에 잘나갔던 여자같다. 그래도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맘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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