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성당 게시판

[백수의 사랑이야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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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psken] 쪽지 캡슐

2003-10-15 ㅣ No.8955

 

 

 

우리의 사랑스런 백수 이야기는 이어지는데....

 

 

만화방아가씨 :

 

이름이 배준용이구 전화번호가.. 758-**** 흠.. 심심하면 장난전화나 걸어봐야 겠다.

 

 

백수 :

 

우쒸.. 내 이름만 가르쳐주고, 그녀이름을 못물어봤다.만화책 안갖다 주면 울집에 전화가 오겠지.. 그때 기회를 잡자..

 

 

만화방 아가씨 :

 

 그백수녀석이 또 며칠째 안나온다. 내가 그동안 장난전화쳤던걸 눈치챈걸까? 빌려간 만화책을 잃어버렸나? 내일도 안나오면 만화책 가져오라고 전화를 해야겠다. 만화방안에 손님은 많은데 그녀석이 없으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근데 그녀석 전화받는 태도는 고쳐야겠다. 나보고 사오정 귀파는 소리하지말고 썩 꺼져라고 그랬다. 나쁜놈..

 

 

백수 :

 

만화책을 사흘동안이나 안갖다주었는데도 그녀한테서 전화가 없다. 요 며칠동안 어떤 이상한년이 자꾸 장난전화를 했다. 동물원이냐? 사자한테 밥은 줬냐..? 심지어 아우웅 아우웅 별개같은 소리까지 내었다. 그렇지만 난 좋은말로 타일러 이런짓 하지 말라고 했다. 내일도 전화가 안오면 그냥 갖다줘야 겠다. 지금 그녀가 몹시 보고싶다.

 

 

백수 :

 

그녀가 오늘도 전화가 안올것 같다. 그래서 아침일찍 만화책을 들고 만화방으로 향했다. 설렌다. 오랜만에 그녀의 모습을 본다는 기대에 만화책을 들고 하늘을 날듯이 뛰어갔다.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녀석이 안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화장을 하고 아침일찍 그녀석 집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할려고 하던차에 그가 숨을 헐떡거리며 만화방으로 들이닥쳤다.

 

 

백수 :

 

백수는 뭘 들고 함부로 뛰어서는 안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만화방 들오기도전에 탈진해 죽는줄 알았다. 만화방안에 손님이 아무도 없다. 화장을 하고 그녀가 어디에 전화를 하고 있다. 그새 딴놈하고 선본게 아닌가 싶다. 찌리릭 쳐다봤다.

 

 

만화방아가씨 :

 

숨을 헐떡거리며 못마땅한 듯 날 쳐다본다. 아무래도 내가 장난전화 한걸 이녀석이 눈치챈거 같다. 그런거 같다고 생각하니 난줄 알면서도 그딴 소릴 나한테 했단말이야.?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그래 내가 사오정이다." 라고 말했다.

 

 

백수 :

 

갑자기 왠 사오정..? 그녀 이름이 오정이었나..? 내가 그녀 이름을 궁금해 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그녀도 나한테 관심이 있나..? 근데 이름이 너무 이상하다.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이름이 오정이었어요.? 여기 만화책 가져왔는데요. 이름이 참 이쁘군요. 성도 특이하고.." 라고 내딴에는 엄청 길게 또박또박 말 했다. 나도 할수 있다. 아자!

 

 

만화방아가씨 :

 

 뭐야 이녀석 누가 오정이라고.. 내가 장난전화한거 모르는건가..? 그렇다고 내이름을 사오정이라고 믿어버리다니. 확실히 덜 떨어진 놈임에 틀림없다. 할수없다. 저녀석 성격에 아줌마. 노처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오정이라고 날 부를게 틀림없다. 성까지 붙여서 말이다. 그래서 "제 이름은 지윤이에요. 권지윤. 누가 오정이라고 그랬어요.?.... 하여간 준용씨 연체료 물어야 겠네요.."말했다.

 

 

백수 :

 

야 단골한테 이럴수 있나.? 하루 늦은걸루 연채료라니..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왜 난 그녀한테 그런말 할 용기가 없으니까... 아까 왜 사오정이라고 그랬을까.? 연채료 내고 나니 만화책 볼 돈이 없다. 할수 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그녀 이름이 권지윤이랜다. 권지윤. 햐 이름한번 이쁘다. 그리구 그녀가 오늘 내이름을 불러주었다. 내 마음은 그녀가 그려져 있는 아침하늘을 날고 있었다.

 

 

만화방아가씨 :

 

괜히 연체료를 물었나..? 바보같은 자식 그렇다고 삐져서 집에 가버리다니. 화장까지 했는데... 한살이라도 많은 내가 참자.

 

 

백수 :

 

만화방을 가다가 아직도 붙어 있는 그때 그 영화포스터를 보았다. 순간 이 영화를 그녀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번주가 이영화 마지막 상영인거 같다. 그녀가 나와 이영화를 봐줄것 같은 느낌은 별루 안들었지만 바로 티켓을 예매하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녀와 영화를 같이 본다는 상상은 너무나 황홀하다.

 

 

만화방아가씨 :

 

만화방바닥을 쓴 먼지를 밖으로 버리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그 백수녀석을 보았다. 어찌보면 귀엽다. 내가 밖에 나와있으면 이녀석이 자길 기다린줄 알겠다.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있어그가 들이 닥치리라. 숨을 헐떡이며.. 한참이 지났는데도 그녀석이 안들어온다. 왜 안들어 오는 걸까..? 먼지도 없는 쓰레받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백수 :

 

드디어 영화표를 샀다. 내일 아침일찍 만화방가서 멋있게 보러가자고 말해야 겠다.

 

 

만화방아가씨 :

 

이녀석이 어디간걸까..? 그녀석이 하루종일 나타나지 않았다.

 

 

백수 :

 

늦잠을 잤다. 만화방에 가니 사람들이 많다. 전번에 본 노란추리닝 그녀석도 있다. 피시에스안테나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 이빨도 엄청 누른거 같다. 하여간 이렇게 사람많은데서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와 오늘따라 눈이 자주 마주쳤다. 내일은 진짜로 일찍와서 말해야겠다.

 

 

만화방아가씨 :

 

저백수녀석이 날 좋아는 하는거 같은데... 내생각인가..? 그녀석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지금 그녀석이 날보고 무얼생각할까. 궁금하다. 그녀석 너무 말이 없다.

 

 

추리닝(또한번특별출연):

 

옆에 있는 백수같은게 자꾸 쳐다본다. 아마 피시에스없는 녀석같다. 이 피시에스에 눈독들이는게 틀림없다. 그래서 이건 절대 안된다고 씩 웃어보여줬다.

 

 

백수 :

 

아침일찍 왔더니 손님이 아무도 없다. 잘됐다. 꼭 말해야지. 근데 막상 영화표를 꺼내니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그녀가 날 껌벅껌벅 쳐다본다.

 

 

만화방아가씨 :

 

그 백수 녀석이 오랜만에 아침일찍 문열자 마자 왔다. 날 쳐다보는것이 무슨 할말이 있는거 같다. 혹시나 싶어 그때 케익 혹시 자기가 준거냐고 물어봤다.

 

 

백수 :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그녀가 "저기요 혹시 케익 그쪽이 준거에요?"고 물어봤다. 엥 그럼 지금까지 내가 준건지도 몰랐단 말이야.? "예? 아.. 예"라고만 말했다.

 

 

만화방아가씨 :

 

햐.. 저녀석이 준거가 맞구나.. 전혀 그런 센스가 없는거 같이 보이는 녀석인데.. 놀라웠다. 그리고 그 답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백수 :

 

그녀가 말붙인게 용기가 됐을까..? 그래서 영화표를 꺼내며 "영화표가 있는데요.. 거시기요.. 요번주말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보러 안갈래요..? 제가요.. 뭐랄까. 그래도 단골이잖아요.."

 

 

만화방아가씨 :

 

훗 그녀석이 영화를 보러간잰다. 영화표를 보니 내가 그때 자기랑 보러갈려고 했던 그영화다. 그리고나서도 또 한번 더 본 영화다. 아마 집에 뒷북이 있는거 같다. 그리고 심심할때마다 치는거 같다. 그냥 자꾸 웃음이 나왔다.

 

 

백수 :

 

왜 자꾸 웃는거야..? 보기 싫으면 안본다고 말하면 되지. 사람 쪽팔리게 말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만화방 때문에 그러시다면 제가 대신봐드릴수도 있는데..같이보러 안가실래요?"라고 말했다. 나지금 떨고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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