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산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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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innasio] 쪽지 캡슐

2003-03-26 ㅣ No.2592

1.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거라네

 

아차 하는 사이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기 십상이지

 

화투판 끝발처럼 어쩌다 좋은 날도 있긴 하겠지만 그거야 그때뿐이지

 

어느 날 큰 비가 올지 그 비에 뭐가 무너지고

 

뭐가 떠내려갈지 누가 알겠나

 

그래도 세상은 꿈꾸는 이들의 것이지

 

개똥 같은 희망이라도 하나 품고 사는 건 행복한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삶은 얼마나 불쌍한가

 

자 한잔 들게나

 

되는게 없다고 이놈의 세상

 

되는 게 좆도 없다고술에 코 박고 우는 친구야

 

 

2.

 

슬퍼지는 날에는

 

어른들아 어른들아 아이로 돌아가자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 가자

 

간밤에 떨어진 별똥 주우러 가자

 

사랑도 욕스러워 외로운 날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물어보자

 

개울가의 미나리아재비 물봉숭아 여린 꽃이

 

산기슭의 패랭이 엉겅퀴 산나초가

 

어때서 별똥 떨어진 그 자리에만 피는가를

 

어른들아 어리석은 어른들아

 

사는 일이 참말로 엄청 힘들거든

 

작고도 단순하게 경영할 줄도 알아야지

 

작아서 아이같은 고향마을로 가서

 

밤마다 떨어지는 별똥이나 생각다가

 

엄마 누나 무릎 베고 멍석자리 잠이 들면

 

수모도 치욕도 패배도 좌절도

 

횃불꼬리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

 

찬란한 별똥별이 되어주지 않을거나                 

 

 

이외수님의 "신승근의 연작시집"중에서<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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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싫다고 하는 아내에게 등산화와 자켓을 억지로 사입혔습니다.

 

아이의 대입을 위한 재수 생활로

 

- 제가 아침에 학원에 태워다 주곤 회사 앞에서 운동을 하는 관계로-

 

그나마 하던 저녘 운동을 그만 두게 되었기에 낮에 산에라도 가라고...

 

운동화면 된다고 고집하는 것을

 

다치면 등산화값 보다 더 들어간다고 우겨서

 

겨우 선물하였던 것입니다!

 

어제 사무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등산을 다녀왔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떠있었습니다.

 

"등산화 너무 좋아요! , 고마워요!!"

 

작은 것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아내가

 

사랑스러우면서도 부끄러웠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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