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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사랑...(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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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innasio] 쪽지 캡슐

2003-03-27 ㅣ No.2593

갈매기의 사랑...

 

 

휴양지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바닷가 모래를 마구 퍼냈습니다.

모래를 담은 트럭들이 줄을 지어 백사장을 빠져나갈 때

갈매기들은 너무나슬펐습니다.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갈매기들은 하루아침에 둥지를 잃고 말았습니다.

갈매기들은 마구 파헤쳐진 모래 위에 알을 낳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모래를 퍼내는 포크레인 소리가 그들을 늘 불안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날은, 돈 많은 부자가 여러 명의 사람을 데리고

그곳을 다녀갔습니다.

그가 다녀간 날이면 해변엔 더 많은 구덩이가 생겨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장마비가 며칠째 계속 퍼부어댔습니다.

갈매기들은 사람들이 파간 모래 때문에 지면이 낮아졌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해변에 있던 수많은 갈매기 알들이 그만 물에 잠겨버리고 말았습니다.

해변의 한쪽에는 갓 부화한 여섯 마리의 갈매기 새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에 잔뜩 ! 몸을 움츠리고 어미 새의 품속으로만 파고들었습니다.

굵은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어미 새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 사이 물은 자꾸만 불어 새끼들의 가슴까지 차 올랐습니다.

바로 그때, 어미 새는 멀리 나무 널빤지가 떠내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급해진 어미 새는 새끼들을 두고 널빤지가 있는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어미 새는 헤엄을 치며 새끼들이 있는 쪽으로 널빤지를 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널빤지의 흐름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새끼들이 있는 곳까지 널빤지를 몰고 왔을때,

어미 새의 찢어진 부리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물이 차오르기 전에, 어미 새는 여섯 마리의 새끼들을 한 마리씩

널빤지 위에 올려 주었습니다.

어린 새끼들은 젖은 솜털 사이로 빨간 살을 드러낸 채 떨고 있었습니다.

어미 새는 새끼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새끼들이 앉아 있는 널빤지를 온몸으로 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안전한 물가로 거의 다 왔을 때, 어미 새는 자지러질 듯한

울음소리를 내며 큰 날개를 퍼덕거렸습니다.

하지만 어미 새는 점점 기운이빠져 뻘 깊숙이 빠져버린

자신의 다리를 빼낼 힘이 없었습니다.

그사이 새끼들을 태운 널빤지는 파도를 따라 어미 새에게서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떠내려가는 새끼들을 바라보며 어미 새는 필사적인 몸짓을 했습니다.

그리고 새끼 한 마리가 널빤지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는 순간,

어미 새는 두 발을 잡고 있던 검은 뻘을 박차고 날아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새끼들 모두가 물 속으로 잠겨버린 후였습니다.

어미 새는 널빤지 위에 앉아 망연히 물 속만 들여다보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던 어미 새는 수평선 너머로 날아가버렸습니다.

흉하게 파헤쳐진 모래 구덩이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돌아보면서.........

 

 

그 후 며칠이 지났습니다.

사납게 내리던 비가 그치자, 해변은 맑고 투명한 햇살로 가득 찼습니다.

갈매기가 모두 떠나간 모래성에는 갈매기 대신 한 떼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슬픈 얼굴을 하고 잇는 사람들의 발 아래에는 머리까지 하얀 천을

덮은 채 한 소년이 누워 있었습니다.

그소년은 해변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그만 모래를 파낸 구덩이 속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소년의 주검 앞에서 소년의 아버지가 엎드려 울고 있었습니다.

 

그는 바닷가에 휴양지를 세우려고 했던, 바로 그 돈 많은 부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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