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6주간 토요일 ’22/05/28 성모 성월 기원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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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5-09 ㅣ No.5033

부활 제6주간 토요일 ’22/05/28

성모 성월 기원 미사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6-38

1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신학생 시절에 기도하면서, “주님, 저에게 치유의 은총을 주십시오. 그래서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고쳐 주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기도가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짐작조차 못 하던 시절에, 얼마나 허무맹랑한 청원이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아마 제가 원하는 대로 주님께서 제게 치유의 은총을 주셨다면, 제게 치유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은 좋겠지만, 저는 아마도 잠도 편히 잘 수 없을 것이고, 일어나 움직이는 순간마다, 가는 곳마다 환우들에게 둘러싸여, 제 시간이라는 것은 아예 생각도 못 하고 시달리듯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그런 특은을 입을 만한 재목도 못되지만, 주님께서는 저를 그런 다소 신비적이고 비현실적인 신앙 감각과 쉴 새 없는 기능적이기만 역할에 대한 유혹에서 건져주셨다고나 할까. 그저 오늘을 감사히 지내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처음 천사를 통해 들었다고 하는 하느님의 소명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이었을까?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루카 1,29-33)

처녀가 아이를 가진다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상황이, 실제로 현실에서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해외토픽감이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마리아가 13세에서부터 16세 정도에 해당하는 몇 살 안 되는, 지금의 중고등학생 정도의 나이의 소녀가 접하고, 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고 이해하기 힘든 소명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마리아가 뭔가를 알아듣고 받아들이며 결단을 내리기에는, 시쳇말로 뭔가를 몰라서엉겁결에 응답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할 정도입니다.

 

마리아가 인간적으로 자신이 아이를 배면, 처녀로서 아이를 배었다고 얼마나 힘겨운 생애를 살아가야 할지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자신의 부모나, 사랑하는 정배 요셉이나, 그 시절 그녀에게 있었을 법도 한 친구들에게서 어떤 오해와 취급을 당하며 살아야 할지? 또 천사의 말대로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고 낳고 난 다음 어머니로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말 정확히 몰랐으니 다행이지, 알았다면 그렇게 !’라고 대답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어떤 신부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가 신학교 간다고 할 때, 어머님이 한 번만 더 말렸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며 푸념하듯이 고뇌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28-29) 어쨌든, 마리아에게는 천사와의 그 순간이 수천 년이라도 걸린 듯 황당무계하고 곤혹스러운 순간이었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나, 주 예수님의 뜻을 따라 주님의 길을 걷기로 한 성직자, 수도자, 신자들 모두 어쩌면 자신에게 들려온 하느님의 말씀이 자신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 길을 걷겠다고 결심하지 않았을까? 신부, 수녀, 신자 어느 누구도 예수님의 말씀을 기꺼이 그리고 자랑스럽게 온전히 다 이룰 수 있다고 여겼다면, 그리고 그 길이 인간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어떤 신비의 미래를 펼쳐나가는 것인지 알았더라면, 쉽게 응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뭔지 모르면서도, 왠지 그래야만 하고, 또 그렇게 대답하도록 주님께서 이끄시고 부르셨기에 우리는 응답을 했고 이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응답을 하긴 했지만, 주님의 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를 답답해하시면서도, 주님의 뜻대로 걷지 못하고 죄마저 저지르는 우리를 안타까워하시면서도, 탓 한번 하지 않으시고 주님의 일을 한다는 그 한 가지 이유로 우리를 살려주시고 힘을 주고 계심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35)

 

이 길을 지금 걸으면서도, 이 길은 내가 내 힘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펼쳐주시고, 섭리로 이끌어 주시며, 은총으로 안배해주시고, 우리에게 복음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시기에 은총으로 걷고 있다고, 그나마 부족하고 나약한 걸음을 내디디고 있으면서도, 주님의 은총과 신비스러운 이끄심 안에 겨우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말 내가 짓는 죄 외에는, 주님께서 인간으로서는 이룰 수조차 없는 일을 주님의 커다란 사랑의 은총으로 우리의 가냘프고 보잘것없는 몸뚱어리를 통해 이루시고 있다고 겸손되이 고백합니다. 마리아에게 했던 천사의 위로,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37) 라는 말씀에 맞장구를 치며, 주님의 전능하심과 위대하심에 고개를 조아리며 감탄과 경이로움 그리고 무엇보다 두려움과 아울러 감사드립니다.

 

주님, 주께서 저를 부르셨으니, 주님의 뜻을 이루는데 합당한 지혜와 자세와 힘을 갖추도록 해주시고, 주님 사랑 안에서 이끌어 주시어, 부족하고 나약한 저희를 도구로 삼아, 주님의 권능으로 저희를 통해 몸소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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