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실

2010.3.27 아름다운 쉼터(진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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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3-27 ㅣ No.331

진짜 웃음(문선희, ‘좋은생각’ 중에서)

딸아이가 여섯 살 되던 해, 다리가 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부분의 동양 사람처럼 조금 휘었다고 보기엔 이상해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진찰을 마친 뒤 상상하지 못한 얘기를 들었다. 다리가 휜 이유가 무릎 성장판에 이상이 있어서라는 것이다. 의사는 이대로 놓아두면 걷기조차 힘들 거라며, 오른쪽 다리부터 수술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게 시작일 뿐이란 걸 그땐 몰랐다. 마지막 수술을 하기까지 무려 7년이 걸렸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왜 하필 우리에게 이런 불행이 생겼을까 하는 원망과, 엄마인 내 탓이란 자책감에 너무 힘들었다.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약 없이 지내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말처럼, 힘든 일을 이겨 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욱 커졌다.

그런 변화 때문이었을까? 가장 힘들었을 딸아이가 어느 날 교복을 입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다리가 정말 맘에 들어요.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나와 남편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딸아이는 7년 동안 고통마저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어른스러운 아이로 자란 것이다. 곧 이어지는 딸의 한마디. “엄마 아빠처럼 좋은 부모님을 만난 걸 보니 나는 아무래도 전생에 지구를 구했나 봐요.”

“그럼 엄마 아빠는 전생에 지구가 아니라 우주를 구한 모양이네. 그러니까 이렇게 예쁜 딸을 만났지.”

딸의 한마디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가슴에서는 진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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