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내 사랑도 이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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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soonye] 쪽지 캡슐

2000-06-14 ㅣ No.818

인간이 얼마만큼의 눈물을 흘려낼 수 있는지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사진을 보지 않고도 그 순간 그 표정 모두를 떠올리게 해주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비오는 수요일 저녁, 비오는 수요일에는 별 추억이 없었는데도 장미 다발에 눈여겨지게 하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멀쩡히 잘 살고 있던 사람 멀쩡한데도 잘 못 살게 하고 있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신이 잠을 자라고 만드신 밤을 꼬박 뜬 눈으로 보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강아지도 아닌데 그 냄새 그리워 먼 산 바라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우연히 들려오는 노래갓 한 구절 때문에 중요한 약속 망쳐버리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껌 종이에 쓰여진 혈액형 이성 관계까지 눈여겨지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스포츠 신문 오늘의 운세에 애정운이 좋다 하면 하루종일 호출기에 신경 쓰이게 만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썩 마음에 들어오지 않았던 내 이름을 참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그날 그 순간의 징크스로 사람 반병신 만들어 놓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담배연기는 먹어버리는 순간 소화가 돼 아무리 태워도 배가부르지 않다는 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목선이 아름다우면 아무리 싸구려 목걸이를 걸어주어도 눈이 부시게 보인다는 걸 알려준 한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도 나를 사랑하고 있을지는 그저 모든 이유를 떠나 내 이름 참 따뜻하게 불러주었던 한 여자만 사랑하다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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