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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듣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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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범 [ddong] 쪽지 캡슐

2001-09-14 ㅣ No.5144

러브스토리 제14화...나는 오늘도 그를 기다립니다.

첫번째 이야기

 

n.사랑은 서로를 알아보는 일이다.

매일매일 같은 지하철,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해서

같은 자판기 커피를 꺼내 마셔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면..그건 사랑이 아니다.

장희는 스물일곱이 되도록..

아직까지 제대로 된 두근거림을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가 나타난다면...틀림없이 한눈에 알아볼것이라고....

 

윤재> 티노 이조...가 안보이네요..

 

n.이모와 함께 레코드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장희는..

앨범목록을 정리하다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놀랐다.

그리고 고개를 든 순간..그녀는 자신의 심장박동소리가

여느때와는 비교할수 없이 크게 느껴지고 있음을 알았다.

대답을 해야하는데...의식저편에서 채근을 했지만,

마치 늘어진 테이프처럼...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남자는 조급하게 물어오는 대신...

엷은 홍차같은 미소를 건넨다음...

조금더 천천히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윤재> (미소..^^)티노 이조...가 안보인다구요.

장희> 티노...이조요?

윤재> 기타리스튼데...없나부죠?

장희> 자...잠깐만 기다려보세요.

n.모니터를 들여다본순간...장희는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익숙하던 화면이...멀게만 느껴졌고..

손동작만큼이나 자연스럽던 마우스는..

왜 이렇게 덜덜거리는지...

티노 이조...라는 알파벳을 치는데만도..

거의 5분쯤 허비한것 같았다.

 

윤재> 당장 급한거 아니니까..다음에 들를게요.

약속이 있어서요...

장희> 아...그러세요? 저기....원래는 이렇게 굼뜨지 않은데..

그게 그러니까...오늘따라...얘가 열을 받았는지..

속도가 되게 느리네요...

윤재> 컴퓨터니까요..

컴퓨터가 사람맘을 속속들이 다 알아주면..

그것두 징그럽잖아요...그럼...

 

n.남자는 다시한번 홍차같은 미소를 건넨후

유리문을 향해 걸어갔다.

장희는 급했다.어떻게든 다시 오게 만들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떠오르질 않았다.

유리문은 열렸고..남자는 이미 절반쯤 밖으로 나갔는데..

결국 장희는 한마디말도 밖으로 내뱉질 못했다.

바로 그때..기적처럼 그가 돌아왔다.

 

윤재> 티노 이조...지(z)가 두개예요.

웬지...애써 찾아주실거 같아서요...

내일 다시 올게요.

장희> 네...꼭 찾아놓을게요...꼭...다시 오셔야해요.

윤재> 내일 이맘때..꼭 오겠습니다.

n.남자가 나가고..장희는 그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세상에...그렇게 좋아하는 자이드롭을 처음 탔던날도

이보다 더 떨리진 않았는데...

장희는..이 기쁨을 누구에겐가 전해야할것 같았다..

세상에...저런남자가..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었다니...

 

장희> 아휴 참...이럴때 이몬 도대체 어딨는거야?

개똥두 약에 쓸려면 없대드니....

이모> 개똥 여깄다 왜?

장희> 어? 이모! 어디 갔었어?

이모> 야! 아직 애두 안 낳은게...

기억력이 그래서 어떡하니?

내가 은행갔다 온다구..30분전에 말했어 안했어?

장희> 했어.

이모> 근데 뭐에 정신 팔려서...금방 까먹구...그래?

너 또...죽이는 분식집 찾아냈구나?

장희> 그런거 아니다...

이모> 그럼...죽이는 사우나 발견했어?

장희> 이모 제발...제발 지금의 내기분을 망치지 말아줘.

이모> 지금의 니 기분이 뭔데?

장희> 구름위에 뜬기분..

드디어 나타났어..

이모> 누가? 그때...씨디 훔쳐간 애들 잡았니?

장희> 제발 분위기 줌 깨지마...

이모> 그럼 뭐야?

장희> 드디어 봤대니깐...

이모> 누굴봤대는거야....누구?

장희> 내 운명의 상대....

노래>그게 바로 너였어...양진석

***..나는 오늘도 그를 기다립니다.

두번째 이야기

 

n.남자가 가게문을 나선지 세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장희는..그남자의 여운에 취해있었다.

 

이모> 제발 그 홍찬지 홍삼인지 그만 줌 해...

장희> 이모..나는 원래...송곳니까지 보이게 웃는 남자

싫어했잖아...근데 그남자는..송곳니 보이는데두

너무너무 멋있는거 있지...

이모> 왜? 송곳니가 골드디?

장희> 그리구...앞머리 찰랑찰랑....그걸 봤어야 되는건데..

"티노 이조...지가 두개예요"..할때..

이...아이참..나줌 봐봐..

여기 이 왼쪽 앞머리가 찰랑..하구 내려오니까..

세상에...어쩜..난 손가락이 그렇게 이쁜 남자 첨봐.

섬섬옥수...국어책에다..그남자 사진 붙여놔야돼..

그 손가락으루..머리를 슬쩍 쓸어넘기는데...

이모> 그남잔 머리 쓸어넘기구..넌 그대루 쓰러졌냐?

너..지금 세시간째야..제발 일 줌해..

음반 새루 들어와서...정신 없잖어...

그리구..그 홍찬지 홍삼인지가 찾던 씨디...

찾았어?

장희> 아참..그...그거 주문해야된다...

이모> 그거 사러 안오믄...니가 물어내..

꼭 그런애들 있어..남들 모르는애 찾아듣는거...

베스트셀러 애써 진열해놈...거들떠두 안보구

구퉁이에서 먼지 폴폴 나는거 꺼내는 타입..

어휴..안봐두 골치 지끈지끈 되시겠다...

n.이튿날 아침...출근준비를 하는 장희는..

평소보다 정확하게 3.5배 더 걸렸다.

기껏 드라이했던 머리에..다시 샤워기를 뿌려댈때는

이모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그남자가 다시 오겠다는 시간이 지났을무렵..

장희는 거의 냉동고속에 들어간 사람처럼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남자가 들어섰다.

 

윤재> 저어..어제 주문했던...

장희> 티노 이조요?

윤재> 네에..

장희> 짜자잔~여기요.

윤재> ....

장희> 왜요? 그게 아니예요?

윤재> 이거 죄송해서 어뜩하죠?

제가 앨범 이름을 말씀 안드렸었나봐요..

제가 찾는건 이번 신보가 아니라..지난번꺼였는데..

장희> 아..아니예요...그럼...내일 다시 오시면 되죠뭐.

윤재> 내일은 제가 좀...어려울거 같은데...

장희> 그럼 주소나 전화번호를 주시면...보내드려두 되는데..윤재> 그게...저어...그냥 이거 제가 살게요.

선물할 사람이 있거든요..

장희> (실망)선물...할 사람이요?

이모> 여자친구한테 선물하시게요?

윤재> 아니요..그냥 친구요..

이모> 애인 없어요? 그만한 인물이면...있겠는데?

윤재> 아이참..없어요.

장희> 정말요?

윤재> 네에?

장희> 아니 그냥...제가 혼자다보니까..

애인없는 사람보믄..막..동지같구..그래서요..

딴뜻은 없으니까..오해하진 마세요.

윤재> 오해 안할게요...

이거 얼마죠?

 

n.그렇게 그는 가게문을 나섰고,

장희는 그가 찾던 앨범을 준비해둔채..

그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장희는...

그가 찾던 앨범을 씨디플레이어에 걸어놓고..

거리에 울려퍼지도록 하루종일 틀고 있었다.

혹시 잊어버렸더라도..

이 길을 지나가다 음악소리에 들어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그렇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장희> 이모..그남자 이동네 사는 사람 아니었나봐..

이름이나 알아둘걸..

그 남자..이름이 뭘까?

아주 근사한 이름일거야..

성은 뭘까? 웬지 흔한 성씨는 아닐거 같애..

뭐하는 사람일까?

웬지..시인이면서 여학교 국어선생님을 할거 같애..

이 근처 학굔가?

애들한테 한번 물어볼까봐...아참..이름두 모르지?

이러다가 정말 안오면..나 어뜩하지?

 

노래>조이박스...사랑해.

***..나는 오늘도 그를 기다립니다***

세번째 이야기.

 

n.남자의 이름은 윤재였다.정윤재.

그는 장희의 예상처럼 선생님도 시인도 아니었다.

그는 음악전문잡지의 기자였다.

하지만 지금 그에겐 직업이 없다.

왜냐하면 많이 아팠으니까...

윤재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안것은...

너무도 우연찮게 들른 동네 병원에서였다.

의사는 좀 더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고,

반신반의하며 받아본 검사결과에서 그는..

남은 기간은...아주 짧은 시간이며,

발견시기가 너무 많이 늦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윤재가 장희를 만난건..

삶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죽음을 인정한 다음...살아있는 하루하루가

선물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들이었다..

 

윤재> 여보세요...음 희준이구나?

잘 살구 있으니까 걱정마...

어제두 와놓구..뭘 또 와?

아니다...오늘두 보구 내일두 보구..

매일매일 보는것두 괜찮지 뭐..

그여자?

너는 취중에 한소리를 아직 기억하냐?

그래...그날 술김에 한말이지..

내주제에 사랑은 무슨 사랑이냐?

그래...이따 보자...

n.사랑은 서로를 알아보는것,

단 두번의 만남이었지만,

윤재 역시..장희를 알아보았다.

유학시절..어느 창고세일에서

그토록 갖고 싶던 음반을 발견하고..

은행으로 달려가던 날처럼...

자꾸만 자꾸만 뒤돌아보게 했던 여자..

그게 바로 장희였던것이다.

윤재는...매일매일...그녀의 가게앞을 스쳐지나갔다.

거리에 울려퍼지는 티노 이조의 기타연주를 들으며..

몇번이고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었다.

 

윤재> 왜 안들어갔느냐구?

그 문을 밀구 들어가는 순간...

아마 나는 지옥에 떨어질거야...

사랑이라는거 말이야..

꼭 표현하구 확인한다구 해서..

해피엔딩은 아닐거야..

생각하는것만으루 힘이 되는 사람..

그런사람을 만났다는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

그 여자 이름이라두 알아둘걸...

희준아!...니가 한번 알아봐줄래?

내 마지막날에...웬지 그여자 이름을 생각하면..

좀 덜 쓸쓸할거 같애서...

 

n.윤재는..유리창 너머로 장희를 바라보았다.

아이처럼 하나로 묶은 머리하며

뺨에 두어개쯤 돋아난 여드름,

뽀얀 피부,조금은 통통한 두 뺨이 참 귀여운

그런 여자였다.

윤재는 생각했다.

만일 저여자를 일년쯤 전에 만났더라면...

그랬더라면..저여자는 지금쯤..얼마나 아픈 이별을

견뎌내야했을까...

생각할수록..다행스럽고 감사했다.

이렇게 스치듯 잠시 만날수 있었던 인연이

한없이 고마울뿐이었다.

 

이모> 이 음악 줌 그만 틀자.

장희> 오늘까지만...그남자 출장갔다가....오늘 돌아오면

어떡해...

이모> 그래...이모가 맛있는거 사줄게....뭐 먹구 싶니?

장희> 아니야 이모...이모나 먹구와..

이모> 밥먹으러 간 사이에...그남자 올까봐 그러지?

장희> 그런거 아니야...

이모> 너 요즘 부실하게 먹어 그런지..눈밑이 꺼졌어.

이러다간 그남자 와두...누구세요?..그러겠다.

우리 초밥 먹구 오자...

 

n.이모 손에 이끌려 억지로 가게문을 잠근 장희는..

이상하게 자꾸만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이번에 돌아보면..그남자가..가게안을 기웃거릴것만같은

착각..하지만 돌아볼때마다..가게앞은 텅빈채였고,

그남자의 찰랑거리는 머리카락도 홍차같은 미소도

끝내 나타나 주질 않았다.

 

노래>이승환..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나는 오늘도 그를 기다립니다.

네번째 이야기

 

n.저녁을 먹고 터덜터덜 가게앞으로 걸어오던 장희는

유리창에 붙어있는..노란색 메모지를 발견했다.

틀림없이 그남자란 확신이 들었다.

정신없이 달려와보니..

유리창엔 씨디 한장과 메모지가 붙어있었다.

메모지를 뜯어낸 장희는

그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다.

 

이모> 왜그래? 장희야 왜 울어?

그남자야? 뭐라구 썼는데?

장희> (아이처럼 울면서..)나 어뜩해...인제 어뜩하면 좋아.

거봐...내가 안간댔잖아...

밥 안먹는댔잖아...꼭 올것만 같았단 말야..

한번은 꼭 올거 같애서..그래서 기다렸는데...

바보같이 난...바보같이 난...

그 한번의 기횔 놓쳤어...이모 나 어뜩해...

이모> 뭐라구 썼니?

장희> 멀리 떠나게 됐대..

씨디 구해준거 고마운데..

이거 주구 싶었던 친굴 못 만났다구..

그래서 나한테 선물한다구....

그사람 영영 못보면 나 어뜩해...

이모> 전화번호나 뭐 그런거 없어?

장희> 없어...이름이...정윤재였어..윤재..윤재..

이모> 뭐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있니?

그런 사람 잊어버려...

장희> 아냐...꼭 다시 올거야..

그남자... 한번은 꼭 올거야...

 

n.윤재는...매일매일 장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저녁..장희가 잠시 가게문을 닫고 외출했을때..

그곳에 메모와 씨디를 붙여놓았던것이다.

그리고..바닥에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울어대는 그녈

지켜보며...숨죽여 함께 울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한번이라도 좋으니..

그녀의 그 아이같은 뺨을 만져볼수만 있다면,

한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줄수 있다면...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윤재는 그렇게 가만히 그녀의 가게에서 울펴퍼지는

기타연주가 멈추고,불이 꺼질때까지..

그렇게 그녀를 지켜보는일 외에는..

아무것도 해줄것이 없었다.

 

이모> 장희야! 그만 줌 해라..

니가 이런다구...떠난 사람이 돌아오니?

장희> 알았어 이모..인제 이 음악..그만 틀게.

이상해 이모...이 음악을 들으면..

그사람이랑...함께 있는거 같애..

마치..집앞 발코니에 놓인...그네에 앉아..

우리 참..오랜 세월 행복하게 살았어...

그러면서 서로 고마워하는 상상을 하게 돼..

멀리 저녁노을이 질때면..

찬바람이 불어오겠지?

그러면 그사람은...자기 스웨터를 벗어서..

내 무릎에 놓아주는거야...

이 음악속엔...그사람이 나한테 못다한 말들이

담겨있는거 같애...

언젠가 한번은 올거야..

이모! 그사람두 알겠지?

내가 이렇게 매일매일 그를 기다린다는거...

그사람두 지금 이 음악을 듣구 있을까?

 

n.윤재곁에는 친구 희준이 있었다.

그는 요즘...장희의 곁을 지킬수가 없을만큼

기력을 잃었다.

다만 장희의 하루를 지켜보던 희준이 돌아와서..

윤재에게..그녀의 표정이며,

사소한 실수들을 설명하면..

윤재는 마치 곁에 있었던 사람마냥...

생생하게 이야기를 듣곤 했다.

 

윤재> 메모만 남길걸 그랬어.

음악을 남긴게 후회돼...

어쩌면...나란 사람...더 오래 기억하게 만든건 아닐까

많이 미안하다...

이 구슬픈 기타음을 들을때마다..

스치듯 가버린 나때문에 상처받으면 어쩌지?

나란 인간...굉장히 질나쁜 사기꾼이었다구 말해줄래?

아니야..더이상 그여자의 삶에 개입하지 말자..

벌써 너무 깊숙히 들어간거 같애...

사과할 시간두 안남았는데...

나는 왜...이렇게 미안한 사랑을 시작해버린걸까?

미안하단말을 하는것조차...너무 미안해서

아무말도 못하겠다....

노래> Tino Izzo....her song

***...나는 오늘도 그를 기다립니다.

마지막 이야기

 

n.사랑한다고 말할수 있는 사랑은 축복이다.

헤어지자고 말할수 있는 사랑도..

지금은 슬프겠지만..

어쩌면 그 사랑에는 그래도 추억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윤재의 사랑엔...

사랑한다는 축복의 말도,

이별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도..

그동안 행복했다는 추억의 인사도...

아무것도 남길수가 없었다.

 

윤재> 아무런 흔적없이 사라져주는거..

그게 내 사랑이야.

그러니까..미안해 하더란 말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먼저 떠났다는 말도..

아무말도 하지 마라...

가끔 내 생각이 나서...날 찾게 되거든..

그여자...행복하다는 말...전해주라..

내가 많이 고마워할거야 아마.

고맙다구 말 안해두...너 내맘 알지?

 

n. 그리고 어느 저녁..윤재는..갑자기 기운차린 사람나냥

저녁산책을 졸랐고,

희준의 부축을 받으며...장희의 가게앞을 바라보았다..

 

윤재> 정말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이야..

옛날에 내가...우리 중학교때든가?

국어선생님보구 최고라구 했던말..취소다야..

웃을땐 귀엽구...입을 앙다물구 있으면..

또 얼마나 새침해보이는지...

하루종일 저 얼굴만 바라보구 있어두

시간가는줄 모르겠다...

어쩜 저렇게 많은 표정을 가졌을까?

희준아! 너 지금 보이니?

오른쪽 뺨을 샐쭉하면서..입을 앞으루 쭉 빼는거..

저건...찾는 음반이 없을때 하는 표정이야..

어? 지금은 찾았나부다..

음반을 찾으면...손가락으루...눈썹을 두번 올리거든..

보이지?...

 

n. 윤재는 그렇게 그의 마지막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장희의 가게 스피커에선 최신 유행곡이 울려퍼졌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회복된 장희의 미소가

유리창너머 햇살만큼이나 환하게 빛났다..

 

이모> 거봐...최신유행곡 트니까..손님이 더 들어오잖아..

야! 장희야! 어머 얘가...뭘 듣구 있는거야?

너...헤드폰 끼구 있는거니?

 

n.이모의 수다에도 불구하고..

장희는 음악속에 빠져..기분좋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와 함께...발코니앞 그네에 나란히 앉아...

그동안 살아온 오랜 추억들을...밤이 깊어가는줄도 모르고

하나씩 하나씩 들추어가며...추억의 퍼즐찾기를 하고 있는

그런 상상을...

 

장희> 정윤재씨!

나 지금...우리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당신을 기다려요..

당신두 듣구 있나요?

꼭 돌아올거죠?

내가 이렇게 기다리구 있을거라는거 알구 있는거죠?

내가 할수있는만큼...오래 오래...기다릴게요.

너무 오래 걸리진 않았음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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