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당동성당 게시판

[퍼온글] 너무 흔한 사랑,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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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alexseed] 쪽지 캡슐

1999-09-29 ㅣ No.133

헤헤 죄송합니다(?). 이렇게 자꾸 올려서 ... 그래도 좋은 글이 너무 많아서... 시간있을 때라도 글을 쓰려구요... 아니 옮기려구요... 게시자: 박수현(miracle80) 너무 흔한 사랑, 그래도.... 어느 작은 어촌에 늙은 엄마와 고3인 막내 딸이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태어나면서부터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중복장애인입니다. 해녀인 엄마는 물질로 남매들을 키워내었습니다. 맏이와 둘째는 대처에 나가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 오빠들의 뒤를 이어 막내도 엄마를 떠나 대학에 진학할 차례입니다. 막내는 혼자 남으실 엄마가 걱정입니다. 어떤 교육도 받아보지 못한 엄마는 글도 모르고 수화도 모릅니다. 그런 엄마가 이 시골에 혼자 계실 일이 걱정입니다. 그래서 막내는 엄마에게 글을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엄마 앞에 ’돈’이라는 글자를 써놓고 ’돈’을 보여줍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엄마는 느린 손으로 ’돈’이라는 글자를 그려보입니다. ’전화’라는 글자를 써주고 ’전화’를 그려 보여줍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막내는 또 ’사랑’이라는 글자를 썼습니다. 막내는 잠시 생각하다가 하트 모양을 그렸습니다...... 지웁니다. 막내는 다시 생각하다가 자기 가슴은 가리키고, 엄마 가슴을 가리킵니다. 엄마는 물끄러미 그저 막내를 바라봅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막내는 다시 엄마 손을 잡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결국 막내는 엄마를 끌어안고 , 엄마의 가슴에 안기고 맙니다. 막내의 눈에 안타까운 눈물이 고입니다. 결국 막내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을 이해 시키는데 실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름 많은 엄마의 얼굴은 미소로 더 잘게 주름집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딸을 안고 있으니까....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사랑의 의미를 그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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