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나의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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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graciakim79] 쪽지 캡슐

2000-06-22 ㅣ No.2435

         

 

 

 아침에 일어나서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이젠 장마가 시작되려나 했습니다.

 

 다음은 군인인 제 오빠가 다니던 성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때는 지난 부활절이었습니다. 부활 자정미사를 보려고 성당 부모님과 함께 미사보러 왔던 꼬마 사내아이가 근처 연못에 빠져 그만 하느님 나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시신은 다음 날에 건졌다고 합니다. 넘 더운 요즘 날씨 같으면 얼른이라도 물에 들어가고 싶겠지만, 4월이라는 이른 시기에.. 그 아이는 그 물이 얼마나 추웠을까요?

 

 그리고 다음 글은 문득 그 꼬마 아이가 떠올라 올립니다.

 

  

 가장 아름다운 꽃

 

 

 남편이 죽었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남편이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새벽에 경부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이 남편의 차를 들이받아 버렸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장례를 치렀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며 남편의 죽음을 기정 사실화 했으나 인정할 수가 없었다. 여름 휴가 때 첫아들을 안고 고향의 바닷가를 찾자고 하던 말만 떠올랐다.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도대체 하느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원망스러웠다. 가난했지만 착한 마음으로 열심히 세상을 살려고 노력했던 남편이었다.

 다니던 성당에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고통 가운데 해산을 했다. 남편이 바라던 대로 아들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안고 남편의 고향을 찾아갔다. 동해가 보이는 산자락에 남편은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포대기를 열어 남편이 잠든 무덤을 아기에게 보여주었다. 파도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남편을 일찍 데려간 하느님이 다시 원망스러웠다. 아들을 얻은 기쁨보다 남편을 잃은 슬픔이 더욱 컸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왜 성당에 가지 않느냐?"

 산을 내려오자 시아버지가 그녀를 불렀다. 정이 넘치는, 햇살같이 따스한 음성이었다.

 "나가기 싫어서요, 아버님."

 "왜?"

 "그이를 일찍 데려간 하느님이 원망스러워서요."

 "이렇게 어여쁜 아들을 줬는데도?"

 "네, 그래도 원망스러워요."

 그녀가 말도 채 끝내지 못하고 눈물이 글썽해지자 시아버지가 그녀를 마당 앞 꽃밭으로 데리고 갔다. 꽃밭에는 장미와 달리아, 채송화와 도라지꽃 등이 활짝 피어 있었다.

 "여기서 꺾고 싶은 꽃을 하나 꺾어보거라."

 시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가장 아름답게 핀 장미꽃 한 송이를 꺾었다.

 그러자 시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우리가 정원의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꽂듯이, 하느님도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먼저 꺾어 천국을 장식한단다. 얘야, 이제 너무 슬퍼하지 마라."

 

’정호승의 당신의 마음에 창을 달아드립니다’ 중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이가 하느님 곁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의 부모님에게 마음으로 이 글을 보냅니다.

 

 히힛, 오늘 드뎌 셤이 끝납니다. 공부하다 말고 잠시 딴짓 중..^^;

 모두 행복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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