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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6. 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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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2-06 ㅣ No.245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병원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

그때 ‘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을 쉬고 싶다고... (죽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지치고 영혼도 지쳐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입원 기간은 사실상 휴식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문병 온 분들이 이런저런 책들을 가져다주었지만

한 권도 읽지 못했습니다.

그 대신 성경은 창세기부터 묵시록까지 통독했습니다.

이상하게 성경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경을 읽는 동안에는 쉴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차태현, 강혜정 주연의 드라마를 즐겨 보았습니다.

제목은 지금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꽃을 찾아서 왔다는 제목이었나?)

주인공이 죽으면서 끝나는 드라마였고,

장례식이 참 많이도 등장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드라마가 또 여러 가지를 묵상하게 해 주었습니다.)

 

왜 장례미사 때 시편 23장을 부르는지, 그것을 진짜 실감했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시편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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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들이 돌아와서 활동 결과를 보고하자

예수님이 새로운 지시를 내립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쉬라는 것이 예수님의 새로운 명령입니다.

그리고 이 명령은 예수님이 진정한 휴식의 주님이시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은 우리를 쉬게 해 주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일도 안 하고 노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과 생기를 다시 충전하는 진정한 휴식,

그 휴식의 주인은 바로 주님이신 예수님이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진정한 휴식, 즉 ‘안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세상은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인생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은 힘들어 하고 지쳐 있는 우리의 피난처, 안식처입니다.

휴일 날, 쉬지 못하고 놀기만 하는 사람들은

그 휴식의 가치를 알지 못합니다.

 

신앙생활의 종점은 하느님과 함께 누리는 영원한 안식입니다.

우리가 죽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때

영원한 안식을 누리라고 기도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천국에서 편안히 쉬시라.’ 라고 고인을 위해 기원합니다.)

 

그런데 꼭 죽어야만 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생 동안 쉬지 못하고 죽은 다음에야 쉴 수 있다면

인생은 너무 힘들고 어려운 길이 될 것입니다.

 

일주일에 하루, 주일날은 우리에게 주님의 휴식을 주는 날입니다.

하루 중에 아침, 저녁, 또는 언제든지 기도하는 시간이라면

그 시간은 우리가 휴식을 얻는 시간이 됩니다.

기도는 노동 시간이 아닙니다. 휴식 시간입니다.

 

현대인들은 일하는 법은 잘 아는데 쉬는 법은 잘 모릅니다.

일만 하고 쉬지 않는다면, (아니 놀기는 하는데 쉴 줄 모른다면)

영혼이 점점 더 생기를 잃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도 안 믿고,

영혼이라는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도 믿고, 인간에게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면

영혼의 에너지의 원천은 하느님이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떠나면 영혼은 죽습니다.

 

영혼은 살아 있고, 몸이 기능을 잃었다면 식물인간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반대로 몸은 살아 있고, 영혼은 죽어 있다면?

그건 식물인간보다 더 비참하고 불쌍한 존재입니다.

로봇, 또는 기계 인간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하느님의 휴식 시간, 영혼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

기도 시간, 묵상 시간... 우리를 살리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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