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착한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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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 [serene] 쪽지 캡슐

2000-09-16 ㅣ No.3029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 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있는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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