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동성당 게시판

추기경님의 무미건조한 기도(?)

인쇄

최재영 [credo] 쪽지 캡슐

2000-02-20 ㅣ No.1078

무미건조한 기도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며 의문을 가지는 분들께 추기경님의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추기경님께서 8일 피정을 하시면서 몸소 묵상하시고 일기장에 쓰셨던 글입니다.

 

"그렇다면 왜 기도하는가? 기도에서 직접 위로와 빛 등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도는 시간 낭비처럼 생각될 만큼 무미건조할 때가 많다.

 

그러나 기도를 오래 궐(闕)한 생활과 무미건조한 것 같은 기도이지만 줄곧 행한 생활과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마음이 메말라진다. 후자의 경우에는 마음이 젖어 있다. 확실히 기도는 비록 얻는 것이 없어 보여도 믿음의 삶의 힘이다. 마음이 넓어지고 사랑의 힘이 생긴다. 하느님은 무언중에 기도를 통하여 당신을 열어 주시는가 보다."(김수환,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사람과 사람, 1999, 282쪽).  

                                              

"당장에는 아무 것도 느끼는 것이 없지만 꾸준히 할 때 얻는 마음의 젖음, 살찌움, 풍요가 분명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성령세미나 같은 데와 같이 무언가 감동, 기쁨을 주는 기도도 좋은 점이 없지 않지만, 위험도 크다.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 느끼고 체험하기를 원하게 되고, 그런 것 없이 무미건조한 기도는 하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러면 하느님은 당신의 깊은 신비를 마음속 깊이 전달할 수 없게 된다.

 

오늘날 한국의 그리스도 교인들이 당장의 위로가 없더라도 묵묵히 하느님 앞에 나와 있는 기도, 무미건조해도 꾸준히 이어가는 기도를 할 수 있다면, 신앙생활이 좀더 깊어지지 않겠는가? 교회 또한 내실화 되지 않겠는가?"(같은 책, 283쪽).

 



2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