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남은 시간 계산하기 |
---|
그날도 나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색사이트를 소개한 신문 기사를 읽고 난후 호기심에 이끌려 http// 0OOOO. com을 치고 그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다. 처음에는 남성인가 여성인가를 체크하라고 했다. 다음에는 태어난 해와 달, 날짜를 입력하라고 했다. 명령대로 따랐다. 세번째 단계에서는 성격은 낙관적인가, 염세적인가, 보통인가를 구분하라는 것이다. 또 자신있게 체크를 했다. 잠시 후. 순식간에 컴퓨터 화면에는 붉고 검은빛깔이 쫙 깔렸다. 그리고 그 위에는 2천xx년 몇월 며칠이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2천 XX년 몇월 며칠? 이게 뭐야? ( 흥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앞으로 몇 년이나 남은 거지? ( 대체 이렇게 밖에 안 남았다는거야?) 믿을수 없어.
아니 이건 또 뭐야? ( 그래 남은 그 시간을 초로 환산한거라 이거지?).
컴퓨터 화면 위에는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1초 1초씩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응, 그래. 사형 선고받은 사형수처럼 심각해질 것 없어. 이것은 인간의 평균 수명을 남녀별, 성격별로 따져서 계산해 준 프로그램일 뿐이야. (아무도 그 시간을 몰라 .) 내가 평균수명보다 더 살수도 있지 않겠어? 그리고 지나온 날보다 더 짧게 남은 시간이라면 인정을 해. 대신 더 충실히 더 열심히 더 밀도있게 살면 되잖아? 그러면 되는거야. 자, 힘을 내어.
그 사이트는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와 함께 클린턴등 세계의 유명한 이들이 죽음을 가정하고 미리 써 둔 유언장과 묘비명들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클릭해 들어가고싶은 마음이 없어 컴퓨터를 끄고 바로 나왔다. 나는 그후로 다시는 그 사이트를 찾지 않았다. 그러나 가끔 남은 시간을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