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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31 아름다운 쉼터(덤벙덤벙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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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01-31 ㅣ No.236

덤벙덤벙 살아가기(박윤수, ‘불혹, 동화에 혹하다’ 중에서)

어느 날, 오랜만에 내 얼굴을 본 할머니가 물으셨다. “얼굴이 왜 그렇게 어둡냐?” 할머니는 한쪽 눈을 실명하셨고,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분간하실 정도로 다른 쪽 시련도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 할머니의 눈에 손자의 힘든 얼굴이 비친 모양이다. “너무 걱정 마라. 때가 되면 다 잘 풀릴 거니께,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니라.”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나였다. 하지만 덤벙덤벙 살라는 말은 꽤 인상적으로 마음에 꽂혔다. 물론 그게 어떤 삶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몇 년이 흘렀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덤벙 주초’란 것을 알았다. 강원도 삼척에 죽서루라는 누각이 있다. 특이한 것은 누각의 기둥이다.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한 것이다. 길이가 다른 17개의 기둥이 만들어졌다. 숏다리도 있고 롱다리도 있다. 초석을 덤벙덤벙 놓았다 해서 덤벙 주초라 불린다. 순간 할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야.”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놓을 줄 아는 여유가 놀랍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말뜻을 이렇게 풀 수도 있겠다. 세상은 평탄하지 않다. 반반하게 고르려고만 하지 마라. 덤벙 주초처럼 그때그때 네 기둥을 똑바로 세우면 그만이다.

그렇다. 세상은 언제나 흔들거린다. 흔들거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마음의 기둥을 잘 세워야 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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