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2000년의 다윗들(1):우성건설 마지막 일꾼들

인쇄

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12-19 ㅣ No.5840

 

오늘 자 모 일간지의 기사입니다. 추운 겨울이 더욱 춥게 다가오는 올 해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이웃들의 열정을 나누면서 추위를 녹이고 싶은 마음에 올립니다. 10여 차례 연재를 할 계획인 이 기사들을 게시판을 통해 믿음의 벗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밀레니엄의 흥분과 희망으로 들뜬 한해가 또다시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땅 곳곳에서는 수많은 '다윗'들이 '골리앗'과 같은 사회적 편견과 소외, 가난과 절망에 맞서 꿋꿋하게 희망을 일구고 있다. 좌절 속에서도 꿈을 접지 않는 이들의 세밑 삶의 현장을 10여차례에 걸쳐 찾아간다.

 

 

 

2000년의 '다윗'(1) : 파산임박 우성건설 마지막 일꾼들

 

 

최준(43.() 우성건설) 차장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샌 것은 세월 때문만이 아니다.

 

1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청솔우성 2차 아파트 공사 현장. 그의 낡은 초록색 작업복은 막바지 청소작업으로 희뿌옇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오는 3월까지 점검 끝내고 나가야지요. 그게 우리의 마지막 일입니다." 최 차장 등 직원 10명은 이날도 오는 30일 입주에 맞춰 배관, 조명 시설 등을 점검하며 바쁜 일손을 놀렸다. 하지만 이들이 몸담아 온 우성건설을 지난 113일 퇴출명단에 올라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20일 파산선고가 나면, 극소수의 직원들만 계약직으로 남고 모두 떠나야 한다. 지난 3-4개월 동안 월급을 못 받은 직원들은 평균 500여만원의 빚이 생겼다.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 떠나고 싶지요. 하지만 우리는 정과 의리로 일하는 '막노동꾼' 아닙니까? 빈터에 사람들 살 곳이 마련되는 거, 그 감동을 입주자들에게 주고 싶습니다." 입사 14년째인 최 차장은 6년의 현장 생활 동안 5000여 가구를 직접 일궜고, 현장소장 한 번 해보는 게 꿈이었다고 했다.

 

이날 해질녘 최 차장 등은 김치찌개, 소주 몇 병이 놓인 조촐한 상에 풀풀 날리는 먼지와 함께 둘러 앉았다. 어렵사리 준공허가를 받아 낸 '기쁜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터 다지기부터 모두들 마음은 편하지 않았지. 그 당시에도 회사는 이미 2년 전에 부도를 낸 상태였어. 하지만 직원들은 뛰고 또 뛰었지. 파산하기 전에 준공하려면 공기를 앞당겨야 하니까 말이야!"(최 차장)

 

어느새 어스름이 짙게 깔리고 저마다 불콰해졌다. "그래도 우리 나라가 이만큼 살게 된 데는 '노가다'들 힘이 컸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제 일하려 해도 갈 곳이 없어요." 한 직원이 입을 열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가슴속 깊이 품어둔 시름들이 터져나왔다.

 

"함께 뛴 세월이 헛되지 않겠지요." 최 차장이 지난해 물난리 때 답십리 재개발지역 공사현장을 지키려 장대비를 함께 헤쳐나갔던 기억을 되살리고서야 분위기는 다시 고조됐다.

 

회식은 근처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트로트 메들리를 부른 최 차장이 말을 이었다. "내집 마련하겠다고 허리띠 졸라맨 서민들의 꿈마저 모른체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끝까지 우리들의 저력을 보여줍시다."

 

이윽고 회식 끝자리, <만나> 곡조에 맞춰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서더니 어깨를 결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조성용(48), 이운기(42), 조진행(43), 이경택(39), 박치현(36), 이도영(34), 조동수(33), 김무영(29). 남은 이들의 하나된 노래소리가 깊어가는 퇴출전야, 싸늘한 서울 밤공기를 가르며 번져나갔다.

 

 

 

이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희망이 이 분들 안에 넘쳐나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5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