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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물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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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1-06-12 ㅣ No.6924

 

 

물렁감

 

 

아기 돼지 통통이가 감나무 밑에서 올짝올짝 뜀질을 하고 있었어요. 앞발을 번쩍 드니까 배때기가 쑥 나오고 배꼽이 보였어요. 그것도 모르고 아기 돼지 통통이는 올짝올짝 자꾸 뛰어올랐어요. 축 늘어진 감나무 가지에 빨간 물렁감이 달려 있었거든요. 그걸 따먹으려고 아까부터 혼자서 애를 쓰고 있는 거예요. 저만치 지나가던 아기 사슴 콩이가 그걸 봤어요.

 

"쟤가 왜 저러지?"

 

콩이는 빠각빠각 걸어서 다가가 봤어요. 통통이는 그냥 입을 쫙 벌리고 올짝올짝 뛰어오르고만 있었어요. 아무리 뛰어올라도 빨간 물렁감까지 입이 닿지 않았어요.

 

"너 뭐하니?"

 

아기 사슴 콩이가 물었어요. 아무도 없이 혼자인 줄만 알았던 통통이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그만 뒤로 꽝! 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어요. 꼭 무슨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만 같았거든요.

 

"저 물렁감 따먹으려고 그랬니?"

 

"응."

 

통통이는 겸연쩍게 대답했어요. 아기 사슴 콩이는 앞발을 들어 긴 모가지를 뻗어 물렁감 가지를 똑 따줬어요. 통통이는 물렁감을 받아들고,

 

"고맙다, 우리 둘이 같이 먹자."했어요.

 

"아냐, 너 혼자 먹어. 난 엄마 심부름 가던 길이야."

 

콩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저쪽으로 빠각빠각 뛰어갔어요. 아기 돼지 통통이는 물렁감을 혼자서 냠냠 맛있게 먹었어요.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어요.

 

"이담에 나도 콩이가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줘야지."

 

- 권정생, 동화작가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 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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