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마지막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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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9-24 ㅣ No.5364

 

 

어머니가 병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버리시던 날이었습니다.

아들은 어머니께 했던 거짓말이 가슴에 가시처럼 걸려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가 어머니를 덮친 것은 석 달 전이었습니다.

"엄마, 왜 그래요, 엄마?"

속이 안좋아 찾아갔던 병원에서 위염이라며 약을 지어 주었는데 차도가 있기는 커녕 통증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정밀조사를 한 결과 어머니의 병명은 위암.

그것도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었습니다.

"엄마...."

그 날부터 자식들이 모두 나서 밤샘 간호를 하고 세상천지 좋다는 명약은 다 구해 드렸지만 정성도 아랑곳없이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기력을 잃어 갔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의사는 가족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사흘 전, 어머니는 의사가 보는 앞에서 가족들을 다 모아놓고 힘없는 입술을 움직였습니다.

"가기 전에 좋은 일이라도 하고 싶다. 나 죽거든 내 장기를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데 쓰거라."

순간 의사는 당황했습니다.

위암 말기로 속이 썩을 대로 썩은 분이 장기를 기증하겠다니....

의사가 뭔지 말하려하자 아들이 얼른 가로막았습니다.

"예, 엄마. 엄마 말씀대로 할게요."

의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봤고 아들은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습니다.

갑작스런 죽음 앞에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질 어머니께 장기조차 쓸모없게 됐다는 걸 차마 알려드릴 수 없었던 아들.

아들은 그 마지막 거짓말이 죄스러워 어머니의 영정을 마주 볼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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