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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참례하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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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홍 [clemenskim] 쪽지 캡슐

2012-09-14 ㅣ No.7604

 


미사 참례하는 기쁨
    글 : 성찬경 사도 요한 ㅣ 시인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영세하고 나서 얼마 동안은 
    미사 보러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날씨라도 흐리고 바람이라도 불면 더욱 그랬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고해하는 쪽이 더욱 부담스러워서 가는 경우가 많았다. 
    미사 도중에도, 이거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미사 참례하는 일에 의무 이행 이상의 뜻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 한 번 시작한 일 아닌가. 
    끝까지 매달려 봐야지. 언젠가는 예수님이 살려 주시겠지 하는 믿음이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다. 그렇게 해서 세월이 흘렀다.
    성당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이 언제부터 가벼운 기쁨의 
    발걸음으로 바뀌었는지 생각도 안 난다. 하여간 성령님은 나를 구해주셨다. 
    언제부턴가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제 미구에 만나게 될 
    그 신비한 은총의 시간에 가슴이 가볍게 설레기까지 하게 되었다. 
    시편의 5장에 나오는
    
    당신의 크신 사랑만을 믿고
    나는 당신 집에 왔사옵니다.
    주님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당신의 거룩한 성전을 향하여 엎드립니다.
    야훼여! 원수들이 지켜보고 있사오니
    이 몸에서 죄를 벗겨 주시고
    당신 길을 내 앞에 터 주소서.
    
    이런 구절이 입술에 올라도 부자연스러울 것이 없다.
    미사가 시작되면 미사는 마치 시간이 본연의 걸음을 
    되찾기라도 한 듯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진행된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엄숙하고 평화롭다. 
    이제 나는 이 흐름에 나의 몸과 마음을 싣기만 하면 된다.
    생각해보면 이 미사야말로 2천년동안 두고두고 깎기고 깎여 
    세련에 세련을 거듭해 온 거룩한 의식, 생명의 의식 아닌가.
    
    지금 이곳에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특히 그 중에서도 성령님이 오셔서 우리와 함께 하고 계시다. 
    한 목소리로 울리는 회중들의 기도소리. 
    그 중에 나의 작은 목소리도 녹아들어 함께 흐른다. 
    성가대의 노래 소리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틈엔가 와서 
    함께 부르는 천사들의 목소리도 섞여 있다. 
    저 노래는 정말 천상의 노래와 지상의 노래가 하나로 흐르는 합창인 것이다.
    
    미사의 비의(秘儀)는 진행되어, 
    마침내 빵과 포도주는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하고, 
    우리는 그것을 영함으로써 예수님과 하나가 된다. 
    그리하여 우리 몸이 예수님을 모시는 성전이 된다. 
    이 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에 있을까. 
    꿈 흐르듯 미사는 흘러간다. 나도 함께, 
    그러나 나를 잊은 채, 꿈꾸듯 미사가 끝나간다……
    
                 - 출처 : 의정부교구 '삶의 향기'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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