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사소한 오해와 자존심

인쇄

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10-11 ㅣ No.2789


 
    사소한 오해 때문에 오랜 친구와 연락이 끊긴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존심 때문에 전화를 하지 않고 있긴 했지만
    친구와의 사이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다른 한 친구를 찾아가
    자연스럽게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언덕 위를 가리키며 그 친구가 말을 꺼냈다.
 
    “저기 빨간 지붕을 얹은 집 옆에는
    헛간으로 쓰던 꽤 큰 건물이 하나 있었다네.
    매우 견고한 건물이었는데 건물 주인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물어지고 말았지.
    아무도 돌보지 않았으니까.
    빗물이 처마 밑으로 스며들어 기둥과 대들보 안쪽으로 흘러들었다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우가 불어오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네.
 
    나중에 그곳에 가 보니 무너진 나무들이
    제법 튼튼하고 좋은 것들이더군.
    하지만 나무와 나무를 이어 주는 나무못의 이음새에
    빗물이 조금씩 스며들어 나무못이 썩게 되었고
    결국엔 허물어지고 만 거야.”
 
    두 사람은 언덕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잡초만 무성할 뿐 헛간이 있었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여보게 친구, 인간관계도 헛간 지붕처럼
    혹 물이 새지 않나 하고 자주 손봐 주어야 하네.
    편지를 쓰지 않거나, 전화를 하지 않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저버리거나,
    잘못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지낸다거나 하는 것들은
    나무못에 스며드는 빗물처럼 이음새를 약화시키지.
    조금만 돌봤다면 그 헛간은 지금도 저 언덕에 서 있었을 거야.”
 
    남자는 친구의 마지막 말을 가슴에 새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옛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



22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