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사소한 오해와 자존심 |
---|
사소한 오해 때문에 오랜 친구와 연락이 끊긴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존심 때문에 전화를 하지 않고 있긴 했지만 친구와의 사이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다른 한 친구를 찾아가 자연스럽게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언덕 위를 가리키며 그 친구가 말을 꺼냈다. “저기 빨간 지붕을 얹은 집 옆에는 헛간으로 쓰던 꽤 큰 건물이 하나 있었다네. 매우 견고한 건물이었는데 건물 주인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물어지고 말았지. 아무도 돌보지 않았으니까. 빗물이 처마 밑으로 스며들어 기둥과 대들보 안쪽으로 흘러들었다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우가 불어오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네. 나중에 그곳에 가 보니 무너진 나무들이 제법 튼튼하고 좋은 것들이더군. 하지만 나무와 나무를 이어 주는 나무못의 이음새에 빗물이 조금씩 스며들어 나무못이 썩게 되었고 결국엔 허물어지고 만 거야.” 두 사람은 언덕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잡초만 무성할 뿐 헛간이 있었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여보게 친구, 인간관계도 헛간 지붕처럼 혹 물이 새지 않나 하고 자주 손봐 주어야 하네. 편지를 쓰지 않거나, 전화를 하지 않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저버리거나, 잘못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지낸다거나 하는 것들은 나무못에 스며드는 빗물처럼 이음새를 약화시키지. 조금만 돌봤다면 그 헛간은 지금도 저 언덕에 서 있었을 거야.” 남자는 친구의 마지막 말을 가슴에 새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옛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