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정말로 신자세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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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4-04-21 ㅣ No.2999

일반인들은 천주교신자는 와이담을 해선 안되고,

남을 욕하거나 비판해서도 안되며 화를 내서도 안되고,

여자를 좋아해서는 더더욱 안되고,

천주교신자라 하면 마치 도덕군자이길 바라는 것 같다.

하기사 비교인이었을 때는 나도 그랬으니 할 말은 없다.

 

가끔 아내가 "좀 신자답게 굴어요."하며 내게 바가지를 긁지만 나는 그때 뿐. 다시 비신자처럼 돼 버리고 만다.

"맨날 성서나 읽고 밤낮으로 기도해 본들 하느님이 복 주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야 나. 자식 키우면서 보면 모르나? 맨날 모범생인 큰녀석 보다 걸핏하면 속 썩여 메 때린 작은 녀석이 모처럼 좋은 일하면 더 예쁘잖아. 아마 성서에도 그런 얘기 나올걸. 나처럼 죄도 저지르고 또 싹싹 빌기도 하고(고해성사) 다시는 안 그런다고 해놓고 또 죄 짓고 또 빌고...

그래서 하느님이 모범생인 당신보다 나를 더 예뻐하니까 복을 나한테 주는 거 아니야? 당신은 내 덕에 사는 줄 알라구. 당신이 나하고 결혼하고 나서 직장에 다녀 돈을 한번 받아 본 일이 있어? 장사를 해서 돈을 벌어 본 일이 있어? 엎어먹던 다시 세웠던 다 내 복으로 이룬 것 아니야?" 했더니

"잔소리 마시구 다 내 기도 덕인줄이나 알아요" 한다.

 

가끔 내게 "5년간 성당을 다녔는데 난 왜 깊은 신앙심이 안 생기는 지 모르겠어"하는 분이 계신다.

"신앙심이란게 뭐 따로 있나요?. 열심히 다니시다보면 저절로 생기는 것입디다. 열심히 성서를 읽으시고 시간 나면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자꾸 하세요" 나는 깊지도 않은 신앙심으로 그래도 근 20년을 다녔으니 선배로서 그 대답을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신앙심은 두려움에서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인간의 머리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신비한 체험을 한 뒤부터 나는 하느님을 두려워 하기 시작했고 주일미사를 근 10년간 한번도 빠진 일이 없었다. 심지어 해수욕장을 가거나 아이들이 군에 가서 면회를 갔을 때나 해외출장을 가서도 주일미사를 거르지 않았다. 전혀 말이 안 통하는 플로레스(인도네시아 영토) 성당에서 주일미사에 참석한 일이 있었고 자카르타에서 맞은 성모승천대축일에는 한국교민성당(사제관을 개조해 썼음)에서 파견성가로 애국가를 부르는 현장에 있기도 했다.

정말이지 그땐 한주일만 주일미사에 빠져도 왠지 내가 벌을 받을까 싶은 두려움이 나서 주일미사에 빠질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도 그 신비한 체험을 상기하며 "당신도 언젠가는 신비한 체험을 스스로 하게 될 것이다. 그땐 당신도 모르게 신앙심으로 온통 몸이 달 것이다. 그때가 오기를 빈다"고 얘기한다.

예수님의 상처를 확인해 봐야겠다 했던 토마스처럼 보고서야 믿든 안 보고서도 믿든 믿는 이는 행복하다. 안보고 믿는 이들이 더 행복하다는 말씀이지 보고 믿는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성서를 더 읽고 더 깊이 묵상하는 그런 날이 내게도 오겠지 하면서 아직도 앉은뱅이 신앙인 나는 두려움으로 내 하느님을 찾아 성당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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