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임현경 자매님의 '나의 조카 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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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암주보편집실(이영순) [donamjubo] 쪽지 캡슐

1998-10-28 ㅣ No.37

  이 글은 임현경 헬레나 자매님께서 주보(돈암동) 7면에 쓰기 위해 내주신 원고입니다.  그런데 7면의 이용 용도가 바뀌어 주보에 내지 못하고 게시판에 이렇게 올립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나의 조카 '主源'

                                                                 임현경 (헬레나)

 

  나에게는 주원이라 불리는 귀여운 조카가 하나 있다. 그 애 아버지는 목사님인데 '주님께 근원을 둔 자'라 하여 그 애 이름을 주원이라 붙였다 한다. 그런데 주원이는 목사님 아들답게 기도도 잘 하고 또 때때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기특한 면도 갖고 있다.  주원이는 아이스크림을 아주 좋아한다.  그 날도 주원이는 멜론 맛 나는 아이스 바 '멜로나'가 먹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슈퍼로 갔다.  나는 '멜로나'를 여러 개 사서 주원이 손에 들려주고 만원 짜리 한 장을 가게 주인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가게 주인은 천원짜리 여러 장을 거스름돈으로 돌려주었다.  그것을 본 주원이는 "이모, 나 그 종이 돈 좀 만져볼께요"하고 말했다.  내가 주원이 손에 종이돈을 건네주자 주원이는 그 돈을 만지작거리며 "나는 종이돈도 없어"하고 혼잣말 비슷하게 중얼거렸다.  그것이 종이돈 하나를 갖고 싶다는 말인가 싶었지만 나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그 돈을 다시 빼앗아 지갑에 넣고 슈퍼를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주원이에게 "주원아, 그 멜로나 다 네 건데 너 하나 먹고 네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좀 나눠주고 또 먹고 싶으며 하나만 더 먹고 나머지는 나중에 먹어라"하고 말했다.  그러자 주원이는 "네, 배탈 나지요.  얼음이니까"하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아이가 너무 기특해서 "아유!  우리 주원이는 모르는 것도 없네"하고 말했더니 그 아이는 "네, 거의 모든 것을 다 알아요.  아빠한테 모든 것들에 대해 조금 배웠어요"하고 대답했다.

집에 돌아오자 주원이는 다시 종이돈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입을 빼쭉이 내밀고는 "나는 종이돈도 없어.  난 가난해.  난 거지야!"하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주원아, 성경에 보면 가나한 사람은 복이 있다고 했는데 너는 주님의 복을 원해 아니면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물었더니 주원이는 별 망설임 없이 "주님의 복!"하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자기 지갑을 열어 동전 몇 개를 꺼내어 놓고 "나 이 돈 다 모아서 부자가 될 꺼야!"하고 말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내 동생이 "주원아, 너 부자가 되어서 뭐할려고 그래?"하고 묻자 주원이는 대뜸 "가난한 사람 도와주려고"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목사님인 그 애 아버지가 어떤 교육을 어떻게 시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치원도 다니기 전인 어린아이가 주님의 복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고 또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가 신기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도 주님의 은혜가 풍성히 내려 주님 안에서 옳은 일이 어떤 일인가를 분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로 내게 비춰졌다.  부디 주원이가 이런 믿음과 마음 자세를 잃지 않고 주님 안에서 장성한 크리스챤으로 자라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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