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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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희 [jifuco] 쪽지 캡슐

2000-11-03 ㅣ No.1524

 

 

저것은 벽

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도 없고 씨앗 한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치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때

담쟁이 잎 하나는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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