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고 전용선 신부님께..(1월 14일 기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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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1-01-11 ㅣ No.2037

 

 마지막 모습은 잊혀지지가 않나 봅니다....

 

 신부님이 가신지 어언 3년이 되어가는데 이젠 신부님이 떠나신 날이 슬픈 날이 아니라 신부님을 온전히 생각하는 만남의 날이라 이젠 슬프지 않으려고 합니다.

 

 용산 본당을 다니는 동안 매년 일월이 되면 새로운 임지가 아닌 아주 먼 곳으로 떠나가셔서 저희를 상주로 만들어 주신 전 용선 신부님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가시는게 아니였기에..

 

 그 나이에 가시기에 하실 일이 너무나 많았기에 그리도 잊혀지지가 않나 봅니다.

 

 어느새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흐르다니요...

 

 신부님....

 

 신부님 ....

 

 저희와 멀어진것이 아니라 그 세월 시간 만큼 저희가 전 신부님 곁으로 걸어가고 있었을 겁니다.

 

 헤어짐의 시간이 길은게 아니라 이제 어쩜 만남의 시간이 점점 다가와 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부님을 기억하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늘 한 유모로 저희를 웃게 만드셨고, 굵은 눈썹을 휘날리며 늘 여흥 끝에 이북 노래를 부르셨는데 간간히 저도 그 가사를 한번 입으로 되내이며 웃습니다.

 

 "여지서 뚝! 저기서 뚝! 이를 잡느다야 ..

 

  피 튀 긴다야...

 

 저기서 쪽 요기서 쪽 ! 입맞춘다야!"

 

 

 신부님께서 만드신 노래인지 정말 구전으로 내려오는 노래인지 그냥 신나시면 부르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것 저것 기억할께 많게 저희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나셨지요.

 

 신부님 그리 바쁘게 가실 만큼 천국이 그리 좋턴가요?

그 곳에서 또 많은 신자들을 불러모아 이승에서 처럼 주님의 일이라면, 그 분의 일이라면 서슴치 않고 나서서 일하실 신부님을 상상해봅니다.

 

 신부님 !

 잊혀지시고 있는게 아니라 저희가 한걸음 한걸음 당신 곁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저희가 이세상에서 사는 동안 당신의 뚯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아 갈 수 있게 그 곳에서도 기도 해주십시오.

 

 신부님이 가신 곳이 천국이라는 사실을 믿고 또 영원한 삶을 믿으니 저희도 그 곳으로 가기엔 무척 많은 노력이 필요할꺼라는 생각을 합니다.

 

 신부님..

 밤 새 눈이 내립니다.

 

 영원한 안식을 취하시고 평안하심을 저희 모두는 기도 합니다.

 

 신부님의 마지막 모습은 추기경님을 향하여 고백 성사를 보겠다고 하시는 의사 였다고 합니다.

추기경님께서 아마 그것으로 됐네...라고 짧게 대답으로 보속을 대신 하셨다는 말씀을 병원으로 간 제가 들었던 말씀이었습니다.

 

 신부님은 그렇게 그렇게 홀연히 가셨지요...

 

 그것이 저희에게 보여준 사제의 마지막 모습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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