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비님이 오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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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zizibe76] 쪽지 캡슐

2000-04-27 ㅣ No.2891

어릴적 이맘때가 되면 늘 집에서 별로 멀지 않은 미나리깡(그 당시나 지금이나 그곳을 항상 그렇게들 부르곤 한다)에 오빠랑 들어가 첨벙거리며 올챙이와 개구리를 잡아서 놀곤

했었다.

 

특히...오늘처럼 비라도 오시는 날이면 조금만 장난을 쳐도 금방 옷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어머니의 빨래감이 배로 많아짐과 동시에 매타작(?)도 간간히 있곤 했고 간단한 속옷만

걸친채 벌을 서기도 했었다.

 

어렸을 적부터 동네에서도 유명한 개구장이였던 난 심심한 소꼽놀이나 인형놀이가 싫어

또래의 남자아이들과 칼싸움, 전쟁놀이에 나무를 기어오르고 벽을 타며 담을 뛰어내리다

치마를 찢어트린 적도 한 두번이 아니였다.

(특히 내 생일날 아빠가 외국에서 사다주신 원피스를 찢어트리고 간 그 날 이후로부터

 엄만 치마를 잘 안 사주셨다...)

 

그렇게 놀다 그것도 시들해짐 애들을 선동해 미나리깡으로 가 개구리며 올챙이...

기타등등의 곤충들을 잡아 온갖 잔행을 다 저질르곤 했던 난 지금도 가끔 봄철에

개구리를 만날때면 그때의 그 장난이 슬그머니 목구멍까지 치밀러 오르곤 한다.

그 뿐이랴~

내 손에서 죽어간 벌이며 메뚜기, 기타 곤충들과 금붕어까지....

족히 수백마리는 넘을 거다.

(그렇게 중3까지 살았다... 넘 잔인했다구여? 에이....다 철부지 시절때인걸여~ 머....-.-ㆀ)

 

오늘 출근길에 우연히 화단에서 꿈틀거리는 지렁이 한마리를 봤다.

나무며 몇몇 화초들이 있긴 하지만 그 밖의 주위는 온통 콘트리트 뿐이였기 때문에

오래전 까맣게 잊고 있던 추억을 찾게 되어 반가웠다.

 

아직은 서울이 삭막하지 않은 곳이란 느낌도 얻었구...

 

빗속에서 만난 조그마한 지렁이 한마리 때문에 하루가 상쾌하더군요.

숨쉬는 공기도 반갑게 느껴지고....

 

옛날이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만났을 지렁이가 이렇게 희귀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니...

 

내 조카, 내 자식이 10년 뒤에 지렁이를 단순히 백과사전에서나 보게 되진 않을런지 걱정이다.

 

왠 뜸금없이 이런 생각이??

 

비가 오니 유난히 옛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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