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연중 제15주 금요일 강론

인쇄

김중광 [paschal] 쪽지 캡슐

2000-07-21 ㅣ No.1634

오늘 복음에서 예수의 제자들은 밀밭 사이를 지나가다가 밀이삭을 잘라 먹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날 밀이삭을 잘라먹었을까? 서러움 중에 가장 큰 서러움이 배고픔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배가 고플때 그 넓은 밭에서 몇 알을 먹었다고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런데 그 행동이 논쟁의 중심이 된 이유는 하필이면 그날이 안식일이었기 때문다.

언제부터 미행을 했는지 일단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그 현장을 목격하고 예수께 시비를 걸어왔다. "저것 보십시오.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말 속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도대체 당신이 어떻게 가르쳤길래 제자들이 그 모양이냐? 안식일에 노동을 해서는 안 되는데 왜 법대로 하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그만큼 율법은 그 무엇보다고 중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율법이란 무엇인가?

이집트에서 노예살이를 할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쉴 시간이 없었다. 일년 내내 중노동에 시달렸다. 자신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던 이집트사람들로부터 휴식을 얻는다는 것은 생각조차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출애굽 이후 하느님의 이름으로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안식일이었다. 6일 동안의 노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인 안식일, 그것은 비인간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인간화시키기 위해 하느님이 마련하신 자유와 해방의 새로운 장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의 가장 중요한 내적 의미를 놓치고 외형적인 점만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도 단순히 안식일에 일을 했다는 측면에만 집착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은 율법이든 국가법이든 '법대로'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법의 정신대로'라는 점이다

 



35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