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극상이에게... 성탄절이야기 세엣

인쇄

하민수 [piazzang] 쪽지 캡슐

1999-12-02 ㅣ No.528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가 너무 길다는 말들이 들려오는군요.

그럼에도  끝까지 읽고 추천해 주신 분들께  감사 . . .

 

조언이 있어서 이번 글은 둘로 나눌까 합니다.

 

 

 

키 큰 천사 뷰바 -1

 

  이번에는 목동 아론과 그의 여동생 카린에 관한 이야기를 할 참이란다.

  어느 추운 날 깊은 밤이었단다. 아론은 고요한 작은 마을 베들레헴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지. 아론은 모닥불에 마른 가지를 던져 넣으며 근심에 잠겨 있었단다.

  아론의 엄마와 아빠는 이웃 마을에서 병든 친척을 도와주고 계셨지. 그런데 아무래도 그 일로 밤을 샐 것 같았거든. 그렇게 되면 아론 외에는 양들을 지킬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 그리고 그때까지 아론은 줄곧 혼자 있었단 말이야.

  하기야 혼자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아론 주위에는 25마리의 양들과, 귀를 쫑긋 세우고 양들을 지키고 있는 개도 한 마리 있었으니까. 또 있었지. 모닥불 옆에는 이제 겨우 3살 난 카린이 조용히 앉아 있었단다. 카린은 까만 눈동자를 말똥거리며 아론을 쳐다보고 있었어. 달빛이 카린의 기다란 검은 머리카락을 비추고 있었지. 아론은 카린과 함께 밤을 지샐 생각을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었어.

 「춥지 않니, 카린?」

  아론은 카린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단다.

 「추워.」

 「그래. 하지만 오늘 밤 우리는 여기서 밤을 새워야만 한단다. 양들이 다른 곳으로 가거나, 늑대한테 잡아먹히지 않게 잘 지켜야 해.」

  아론은 캄캄한 계곡을 바라보며 말했지.

 「늑대라구? 남잔 다 늑대잖아.」

 「아니. 진짜. 늑대 말이야!」

  이제야 카린이 정신이 좀 드나 보다고 생각하면서 아론은 말했단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커다랗고 사나운 짐승이지.」

  아론은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늑대소리를 흉내냈지. 그러자 개가 머리를 쳐들고는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어. 카린은 입술을 깨물고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단다.

 「그렇지만 겁낼 것 없어, 카린. 이 오빠 옆에만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아론은 동생을 껴안으며 웃었단다.

 「나, 난 여기에 있을 거야.」

  카린은 오빠의 가슴을 파고들며 말했지.

 「나 혼자 두고 어디 가면 안 돼.」

  그때 개가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났단다. 아주 조용히 말이야.

 「왜 그래?」

  아론이 물었지. 잘 훈련된 개는 양떼 속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즉시 알아챈다는 것을 아론은 알고 있었단다.

 「무슨 소리가 났어?」

  바로 그때 양들이 요란하게 울어댔어. 개가 쏜살같이 양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지.

 「왜 그래, 오빠?」

  카린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어.

 「늑대일지도 몰라. 아니면 제 그림자에 놀라서 그러는 지도 모르고 양들은 꽤나 멍청하거든.」

  아론은 일어나서 양떼가 있는 쪽을 살펴보았지.

 「가서 살펴봐야겠어. 넌 여기에 꼼짝 말고 있어.」

 「무, 무서워.」

  카린의 얼굴은 겁에 질려 있었지. 아론은 모닥불을 가리키며 말했단다.

 「불만 꺼뜨리지 않으면 돼.」

 「그, 그렇지만, 혹시‥‥‥‥」

 「늑대가 와도 절대 도망가서는 안 돼, 알았지?」

 「아, 알았어.」

 「금방 돌아올게.」

  겁에 질린 여동생을 남겨 두고 오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단다.

  카린은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만 좌우로 굴리며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단다. 오빠가 자기를 남겨 놓고 간 것이 카린은 매우 못마땅했지. 혼자 있으니까 무섭기도 했지만, 추위도 훨씬 더 심하게 느껴졌단다. 모닥불에서 탁 튀는 소리가 나서 카린은 깜짝 놀라 팔짝 뛰었지. 그렇지만 그건 무서운 일이 아니니까 괜찮았어.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뒤에서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단다. 카린은 자기의 조그마한 가슴이 달칵 내려앉는 줄 알았지. 무서워서 뒤를 돌아볼 수도, 돌아보지 않을 수도 업는 지경이었지. 파닥거리는 소리가 그치자, 카린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어. 그리고는 너무 놀라 눈이 동그래지고 말았단다. 거기엔 키가 2미터나 되고, 등뒤에 날개가 달린 괴물이 하나 서 있었거덩.

 「네 부모님은 어디에 가셨니, 아가?」

  괴물이 카린에게 물었단다.

 「뭐, 뭐라구 하셨어요?」

 「귀가 먹었니? 네 부모님은 어디에 가셨느냐고 물었어. 어른들 말이다.」

 「여, 여기엔 안 계세요. 다, 당신은 누구세요? 혹시 늑댄가요?」

  카린은 겁에 질려 달달 떨며 물었단다.

 「오 이런. 제발 울지만 말아라. 난 여자애가 우는 건 딱 질색이란다.」

  커다란 괴물은 카린 옆으로 걸어와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어.

 「나는 천사란다. 들어 본 적 있니?」

 「있는 것 같아요. 그럼 이건 날개인가요?」

  카린은 그의 등뒤에 달린 것을 가리키며 물었단다.

 「그런 것 같아.」

  천사는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는, 다시 카린의 커다란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가야. 나는 여기서 너의 부모님에게 어떤 소식을 전해 주기로 되어 있단다.」

 「다, 당신 이름은 뭔데요?」

  천사는 웃으며 카린에게 마른손을 내밀었단다.

 「뷰바라고 하지. 네 이름은 뭐니?」

  카린은 조그만 손을 내밀어 천사의 마른손을 잡았지.

 「카린이에요.」

 「예쁜 이름이구나.」

 「뷰바는 참 재미있는 이름이에요. 그런데 어디서 오셨죠? 천국?」

 「가까운 곳이지. 텍사스에서 왔단다. 물론 텍사스는 아직 세워지지 않았어. 하지만‥‥‥‥.」

 「저것들은 뭐죠?」

  카린은 천사의 발을 가리키며 물었어.

 「카우보이 구두란다. 예루살렘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아니, 그것 말구요.」

  카린은 그의 구두 뒤축에 달린 톱니바퀴 모양의 물건을 가리켰단다.

 「아, 이것? 박차(拍車)라는 거야. 하지만 난 여기에 패션쇼를 하려고 오진 않았어. 나는 너의 부모님께‥‥‥‥  가만있자, 그게 어디로 갔지?」

  뷰바는 입고 있는 하얀 패딩 잠바 주머니에서 종이 쪽지 하나를 꺼내 들고는, 마른기침을 (에헴!)한 뒤에 읽기 시작했지.

 「흠, 여기에 있군.  무서워 말지어다.」

 그리고는 카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어.

 「흠, 무서워하는 것 같지는 않군, 안 그래?」

 카린은 천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단다.

 「그래, 그래, 좋아. 그 다음으로 넘어가자구.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인 아기를 보리니, 이가 곧 아기 예수니라.」

 「아주 멋있어요.」

  카린은 미소를 지으며 뷰바를 칭찬했단다.

 「고맙다. <루까>라는 예수의 제자가 나중에 기록할 내용이란다.」

 「난 아직 글을 못 읽어요. 하지만 오빠가 곧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

 「오빠라구? 지금 어디에 있니?」

  뷰바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어.

 「양떼를 살피러 갔어요.」

 「그래? 내가 찾아보마. 그에게 이 소식을 전해 주고는 길을 떠나야겠다.」

  뷰바는 일어나더니 땅에서 공중으로 천천히 떠올랐단다.

 「오빠를 만나 보마. 넌 여기에 있거라, 카린. 곧 돌아올 테니까.」

  뷰바가 사라지자마자, 카린은 생각하기 시작했단다.

 「베들레헴은 여기서 멀지않아.」

  카린은 그렇게 중얼거렸지.

 「어쩌면 나도 구주 예수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그 아기에게 무엇이든 꼭 생일 선물을 주고 싶어.」

  카린은 어깨를 덮고 있는 낡은 담요를 생각했단다.

 「그래, 이 담요로 오늘 밤 아기를 따뜻하게 해줄 수 있을 거야!」

  카린은 모닥불 앞에다 돌멩이로 방향 표시를 해놓은 뒤, 베들레헴을 향하여 밤길을 나섰단다.

 

 

 

 

 

다음 편에 계속 . . .

많은 기대 바랍니다.

 

 



2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