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오늘을 시작하며(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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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건 [shinnara] 쪽지 캡슐

2000-04-21 ㅣ No.2371

4월 21일,주님 수난 성금요일(복음 : 요한 18,1-19,42)

 

이 기도를 마치신 뒤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데리시고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으로 가셔서 거기에 있는 동산에 들어 가셨다. 예수와 제자들이 가끔 거기에 모이곤 했었기 때문에 예수를 잡아 줄 유다도 그곳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다는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보낸 경비병들과 함께 한 떼의 군인들을 데리고 그리로 갔다. 그들은 무장을 갖추고 등불과 횃불을 들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신상에 닥쳐 올 일을 모두 아시고 앞으로 나서시며 "너희는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나자렛 사람 예수를 찾소" 하자 "내가 그 사람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를 잡아 줄 유다도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예수께서 "내가 그 사람이다" 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들은 뒷걸음치다가 땅에 넘어졌다. 예수께서 다시 "너희는 누구를 찾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나자렛 사람 예수를 찾소" 하고 대답하였다. "내가 그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너희가 나를 찾고 있다면 이 사람들은 가게 내버려 두어라" 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나에게 맡겨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 라고 하신 말씀을 이루려고 그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이 때에 시몬 베드로가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대사제의 종을 내리쳐 오른쪽 귀를 잘라 버렸다. 그 종의 이름은 말코스였다. 이것을 보신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그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고난의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 때에 군인들과 그 사령관과 유다인의 경비병들이 예수를 붙잡아 결박하여 먼저 안나스에게 끌고 갔다. 안나스는 그 해의 대사제 가야파의 장인이었는데 그는 일찌기 유다인들에게 "한 사람이 온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더 낫다" 는 의견을 냈던 자이다. 시몬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한 사람이 예수를 따라 갔다. 그 제자는 대사제와 잘 아는 사이여서 예수를 따라 대사제의 집 안뜰까지 들어 갔으나 베드로는 대문 밖에 서 있었다. 대사제를 잘 아는 그 제자는 다시 나와서 문지기 하녀에게 말하여 베드로를 데리고 들어 갔다. 그 젊은 문지기 하녀가 베드로를 보더니 "당신도 저 사람의 제자가 아닙니까?" 하고 물었다. 베드로는 "아니오" 하고 부인하였다. 날이 추워서 하인들과 경비병들은 숯불을 피워 놓고 불을 쬐고 있었는데 베드로도 그들 틈에 서서 불을 쬐고 있었다. 대사제 안나스는 예수를 심문하며 그의 제자들과 그의 가르침에 관하여 물었다. (요한 18,1-19)

 

●어떤 수녀님이 새로운 곳으로 소임을 나가 처음으로 전례를 맡아 하게 되었단다. 자기로서는 열심히 준비했지만 여러 면에서 서툴렀고 실수도 많이 해 전례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기분이 엉망이 되어 와서 식탁에 앉았는데 책임자 수녀의 일갈이 떨어졌다. "그것도 전롑니까?" 순간 식탁에 앉아 있던 수녀들 사이에 살얼음 같은 긴장이 흘렀다. 그런데 잠시 후 당사자 수녀님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수녀님,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그것이 수녀님 구원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다른 좋은 말로 도와주세요."라고. 다른 수녀들도 한마디씩 책임자 수녀의 말을 거들 참이었는데 그 말에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책임자 수녀님이 "맞는 말이에요. 그게 우리 구원에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하자 긴장은 눈녹듯 녹았고 오히려 격려해 주며 용기를 북돋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수녀원에서는 "그것이 구원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라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을 찾는 대제관의 종들에게 바로 내가 ’그’라고 하시며 나서시었다. 죄인 잡듯 설치는 그들의 모습이 아니꼬웠던지 베드로가 나서서 칼로 종의 귀를 잘라버렸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런 베드로를 꾸짖으시며 "그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 하셨다. 물론 우리는 베드로처럼 칼을 휘두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더 무서운 칼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찌르고 쑤시고 자르고 난도질을 하는가. 진짜 칼로 베이고 상처난 것은 쉽게 고칠 수 있지만 말이라는 칼로 낸 상처는 평생을 가기도 한다. 오늘 내가 찌르고 싶은 사람, 자르고 싶은 사람, 쑤시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는 주님의 말씀을 떠올려 보자. 예수님은 한마디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멸망시킬 수도 있으시지만 제자를 꾸짖으시며 ’그 잔’을 마셔야 한다고 하셨다. 잘못해 놓고도 오히려 큰소리치는 사람, 논리정연하게 말은 잘하지만 삶은 엉망인 사람, 갖가지 이유로 증오의 칼을 가는 사람이 있고 미움의 칼, 분노의 칼, 시기의 칼, 질투의 칼을 갈고 있는 사람이 있다. 과연 나는 어떤 모습인가? 오늘 하루 이웃에게 상처, 아픔을 주는 말칼을 휘두르지 말고 기를 살리는 말만 하도록 하자.

 

야곱의 우물 4월호 매일 성서 묵상 발췌 - 문희순 수녀 (대구 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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