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길을 걷는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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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서울때가 다 빠지지 않은 내가 한 암자의 노스님께 물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기차를 타지 않고 왜 힘들게 걸어가십니까?"
"허허, 그런가. 나는 이게 더 편한데..."
"편하지 않으면 왜 기차가 다니겠습니까?"
"그렇지. 말 잘했네.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노동과 기름과 비용이 드는가. 나는 내 한 몸으로 아침 한 끼 먹고도 갈 수 있으니 이 어찌 편치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기차가 휠씬 빠르지 않습니까?"
"물론 더 빠르지.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빠르다는 것은 인간의 착각일 뿐일세. 빨리 가는 만큼 못 보는게 많고, 생각도 못하는 게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어떤가?"
"그래도 기차는 타라고 만든 것 아닙니까?"
"그렇지. 기차는 타라고 만든 것이지. 물론 다리도 걸으라고 달려 있는 것이고... 그런데 왜 그 많은 비용과 노동을, 그것도 순전히 나의 차비를 제외한 남의 노동과 비용을 소비해 가면서까지 타고 가야 하나. 그 정도로 무어 바쁜 일이 그렇게도 많은가. 나는 천천히 걸으며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네. 기차가 있으니 타야 한다는 당연할 것 같은 논리, 그 고정관념도 일종의 착각이나 허상일 수 있네."
"나는 30리 길을 걸어가면서도 정말 가야 할 그곳에, 그 나무에게, 그 사람에게 진정으로 도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
= 벙어리 달빛 / 이원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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