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성당 게시판

[문학] 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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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Plextor] 쪽지 캡슐

1999-05-11 ㅣ No.192

" 그 애 "

 

장국영과 리차드기어 캐빈 코스트너중

누가 제일 멋있냐고 묻길래

"너"라고 했더니 기분좋게 웃던 그 애.

 

어느날 갑자기 세발 자전거를

끌고와서 세계 일주를 시켜주겠다는 그 애.

 

발렌타인데이때 초코릿을 사주었더니

화이트데이때 커다란 상자를 주면서 사탕을 담으라던 그 애.

 

비오는날 분위기있는 카페로 불러내

3만원을 빌려달라는 그 애.

 

겨울바다 구경 갔다가 내 모자가

떨어졌을때 서슴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모자를 가져왔던 그 애.

 

함박눈이 내리던날 눈싸움 하자던

내 부탁을 거절하고 골목에서

쭈구리고작은 눈사람 만들기에 열내던 그 애.

 

한밤중에 골목길 가다가 깡패를 만나서

달라는 대로 다 주더니 버스정류장에서

살며시 다가와 조용한 목소리로 버스비를 빌려달라던 그 애.

 

약골이라고 놀렸더니 아놀드슈왈츠 처럼

될거라고 자랑하더니 헬스 클럽에

다니던 그 애.

 

맥주 사달랬더니 소주에 꼼장어 사주던 그 애.

 

편지를 보내면서 답장을 써 주랬더니

편지봉투안에 "답장"이라고 써 주던 그 애.

 

이른 새벽아침 운동을 가려고 나오는데

우리집 계단에  앉아 졸고있던 그 애.

 

바닷가에 함께가서 내가 물속에 밀었을때

못 이기는척 그냥 빠져 주던 그 애.

 

돈까스랑 햄버거보다 시장에서 파는

떡볶이랑 순대를 더 맛있게 먹던 그 애.

 

사랑이란 말을 무척 좋아하면서

단 한번도 사랑한단 말을 해 주지 않았던 그 애.

 

술퓌해서 날 부르더니 살며시 키스하고

 

"넌 내꺼야!"라며 따뜻한 미소를 짓던 그 애.

 

그러나 한동안 연락이 없었고

후에 내가 그를 찾았을때

그는 작은 병실에서 하얀 미소를 띄며 웃고 있었지.

 

울면서 이게 뭐냐고 빨리 나가자던

내게 그저 미안하다고만 수없이 말하던 그 애.

 

어느날 병문안 갔던 내게

하루종일 같이 있어 달래며 날 붙잡던 그 애.

 

그날밤 나에게

처음으로 사랑 한다고 말하며 웃었고

난 그저 눈물을 흘릴수 밖에 없었지...

 

그를 사랑한다 말했지

영원히 멈추질 않을 것처럼 그렇게

사랑한다 말했지.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입에 입맞추었지

눈물이 법벅된 하얀 얼굴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 얼굴에 그대로 미소지으려고 애쓰고....

 

그는... 영원히 잠들어 버렸지..

 

다시는 목소리 들을수 없겠지...

 

그의 동생이 내게 전해준 그의 일기장에는

사랑.. 죽음.. 그리고

나의 이름만이 열거되어 있었지.

 

그의 사진을 액자에 넣으려고 일기장에서 때었을때

그 사진이 붙었던 그 자리에

"영원히 너만을 사랑해"라는 글과 평소에 내가 즐겨 부르던

노래가사 한 소절이 있었지..

 

그제서야 난 소리없이

울고 말았지...

 

 

있길래 써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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