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사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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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fromrahel] 쪽지 캡슐

2003-03-23 ㅣ No.1561

오랜만에 중딩 동창들을 만났다. 대학 초년만해도 자주 연락하고 만났었는데 어느덧 조금은 어색하게 변해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공백기간동안에 못한 많은 이야기들을 하던 중에 문득 느낀건 지금의 내가 많이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나의 주관심사와 나의 표현방식...생활태도...나의 성향이 많이 변해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먹고 사는 얘기 ..공부했던 얘기...사회 초년을 막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약간의 활기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성당 안에서 어쩜 나는 현실을 적당히 포장해 두고 조금씩만 바라봤는지도 모른다. 오랜 친구들마저 무색케 했던 오늘 나의 마음은 실로 사춘기다웠다.

 

 

 

정말 오래 지낸 친구들이었고...나보다 먼저 사회생활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그들의 삶이 지금의 나보다 그닥 부럽지 않은 오늘이었는데 그들은 여전히 자신감에 넘쳐..변해가는 사회와 정치와 문화에 대한 얘기에 열을 올렸다. 그들과 함께 동네 성당을 몇번 왔다갔다 하면서 저녁식사도 하고 노래방도 갔는데 그때마다 성당이 마치 별세계나 되는듯 그들은 나의 시선을 얼른 돌려 놓곤 했다.

 

 

 

나름대로 몰두했던? 성당활동이 마치 환상이라도 되는듯 갑자기 현실에 대한 눈이 확 트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게 ..참 묘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렇게 성당활동 하는 중에 나는 그래도 착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했었는데 오늘 대화 중에 문득 나름대로 계산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계산이 이뤄지고 있었는가...신앙을 빙자해서 겉모양만 보기 좋게 포장해 놓고...윽...

 

 

 

살아있는 믿음이 되려면 현실을 바라 보는 눈 또한 깨어 있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 토욜밤이었다.

 

수없이 많이 부정했었지만 결국 현실과 분리된 별도의 신앙생활이었다는거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 십자가의 길은 멀고도 험한지라...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정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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