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5 ㅡㅡ첫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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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수 [suya21] 쪽지 캡슐

2002-04-05 ㅣ No.2580

첫만남

 

--고백 5

 

 

 

                                               임은수

 

 

 

 

 

오늘 비로소 그를 만났습니다.

혼자 기다리고, 밀어내고, 안타까워 하기를

적지 않게 되풀이 하다가 지쳐 돌아서고 보니

바로 앞에서 그가 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주 토라지고 비껴가려고만 하는 나를

타이르기라도 하듯 빙긋이 웃으며 서 있는 그를 만나서

엉겁결에 덥석 손을 잡고 말았습니다.

노래를 정말 잘하는 한 아저씨의 콘서트에 가서

함께 박수를 치고 발장단을 맞추고, 때로 함성도 지르며

아주 가까이 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 얼굴이 화끈거리기는 했지만

조금도 그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잔의 붉은 포도주 때문이라고는 해도,

이미 그와의 만남은 생애 이전 부터 수도 없이

되풀이 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만남은 늘

새얼굴 새모습으로 시작하는 첫만남이기에,

그 순간 순간이 쌓인 몇 겁의 간격을

뛰어 넘는 일이 쉽지 않던 것입니다.

그는 잠시 머물다 또 훌쩍 다른 얼굴을 하고 사라질테지만

함께 하는 동안은 결코 소홀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그가 귀한 줄을 이렇게 늦은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아,

봄이라니요.

더욱이나 밤에 만나는 봄이라니요.

오늘 처음 만난 그가 내게 생기를 불러 일으킵니다.

 

 

su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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