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들은 적이 있는가! 달이 숨쉬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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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정희성
들은 적이 있는가
달이 숨쉬는 소리
애월 밤바다에 가서
나는 보았네
들숨 날숨 넘실대며
가슴 차오르는 그리움으로
물미는 소리
물써는 소리
오오 그대는 머언 어느 하늘가에서
이렇게 내 마음 출렁이게 하나
`애월'은 내가 살던 제주도 바닷가 마을의 지명이다.
나는 애월읍 애월리에서 살았다.
애월(涯月)은 지명이 말해주듯이 달과 관계가 많은데,
애월 앞바다에 지는 달이 아름답다 해서 부쳐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나는 애월의 달을 참 많이 보았다.
달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달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특히 내 방 창가를 비추는 고즈녁한 달의 모습은 유난히 그랬다.
달이 애월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애월에 뜨는 달은 분명 애월 하늘에만 뜨는 특별한 달이었다.
여느 시골집들이 다 그렇겠지만 내 방 창가 또한
밤중에 들리는 소리라곤 벌레 울음소리요, 보이는 거라곤 밤하늘 뿐인데
나는 밤이면 그 특별한 달을 보느라 잠을 자주 깨곤 했다.
실은 깬 김에 달을 보곤 했지만.
순서야 어찌됐든 달을 자주 보다보니 창가에 떠있는 달의 위치만 보고도
'아 지금이 몇시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달은 나의 친구였다.
날씨가 흐려서 달이 보이지 않는 날은
마음조차 쓸쓸해지며 달이 보고싶곤 했다.
그런 바로 그 달이 지는 곳이 애월 밤바다인 것이다.
그러고보면 어두움은 밝음보다 오히려 신비로움이 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다른 세계가 어둠 속에는 있다.
밝은 시간에 나를 지배하던 이성을 누르고
감성의 오감이 은밀하게 열리는 시간.
그래서 낮에 보는 바다보다 밤에 보는 바다가,
낮에 들리는 파도소리보다 밤에 들리는 파도소리가
훨씬 더 눈과 귀를 크게 열어준다.
그러한 밤 바다에서 보이는 달이 숨쉬는 소리와??
들려오는 물 미는 소리(밀물소리) 물 써는 소리(썰물소리),
그리고 그대 그리움으로 내 마음 출렁이는 소리!
어찌 생각하면 처량해보일 수도 있을 밤바다의 모습이지만
난 시 `애월'에서 어떤 슬픔이나 쓸쓸함보다는
오히려 역동적인 기운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솟아나 이어지는 힘의 근원처럼,
어둠 속에서 달과 바다와 그리움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소리는
아마도 이세상의 온갖 소리들이 다 끝난다 해도
끝내 끝나지 않을 소리일 것만 같다.?
애월에 살아보니 애월의 모습은 슬프지만
애월 사람들은 강인하다고 느꼈는데 시 역시 느낌이 그랬다.
나는 음악 또한 그런 느낌이길 바라며 곡을 부쳤다.
한과 희망이 한데 어우러지는 소리...(글로 쓰고는 있지만
참 어려운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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