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거룩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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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 [sopialet] 쪽지 캡슐

2002-03-12 ㅣ No.7754

 

거룩한 사랑

 

- 박노해 -

 

 

성(聖)은 피(血)와 능(能)이다.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서울서 고학하던 형님이 허약해져 내려오면

어머님은 애지중지 길러온 암탉을 잡으셨다

성호를 그은 뒤 손수 닭 모가지를 비틀고

칼로 피를 묻혀가며 맛난 닭죽을 끓이셨다

나는 칼질하는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잡고

떨면서 침을 꼴각이면서 그 살생을 지켜보았다

 

서울 달동네 단칸방 시절에

우리는 김치를 담가 먹을 여유가 없었다

막일 다녀오신 어머님은 지친 그 몸으로

시장에 나가 잠깐 야채를 다듬어주고

시래깃감을 얻어와 김치를 담고 국을 끓였다

나는 이 세상에서 그 퍼런 배추 겉잎으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김치와 국을 맛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로 배웠다

 

사랑은

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

 

사랑은

가진 것이 없어도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걸

 

사랑은

자신의 피와 능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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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지 따뜻한 따뜻한 날입니다.

근데... 다들 어디가셨나요?

모두 바쁘신가?

 

음... 일하다가 좋은 시 읽게 되어서... 올려 봅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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