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거룩한 사랑♥ |
---|
거룩한 사랑
- 박노해 -
성(聖)은 피(血)와 능(能)이다.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서울서 고학하던 형님이 허약해져 내려오면 어머님은 애지중지 길러온 암탉을 잡으셨다 성호를 그은 뒤 손수 닭 모가지를 비틀고 칼로 피를 묻혀가며 맛난 닭죽을 끓이셨다 나는 칼질하는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잡고 떨면서 침을 꼴각이면서 그 살생을 지켜보았다
서울 달동네 단칸방 시절에 우리는 김치를 담가 먹을 여유가 없었다 막일 다녀오신 어머님은 지친 그 몸으로 시장에 나가 잠깐 야채를 다듬어주고 시래깃감을 얻어와 김치를 담고 국을 끓였다 나는 이 세상에서 그 퍼런 배추 겉잎으로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김치와 국을 맛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로 배웠다
사랑은 자기 손으로 피를 묻혀 보살펴야 한다는 걸
사랑은 가진 것이 없어도 무능해서는 안 된다는 걸
사랑은 자신의 피와 능과 눈물만큼 거룩한 거라는 걸
----------------------------------------------------------------------------
안녕하세요? 무지 따뜻한 따뜻한 날입니다. 근데... 다들 어디가셨나요? 모두 바쁘신가?
음... 일하다가 좋은 시 읽게 되어서... 올려 봅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