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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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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2-08-01 ㅣ No.7590

매일의 대화

사람은 언어를 통해 성장하고 언어를 통해 인격을 형성해 나갑니다.
우리는 언어로 기도하고, 언어로 공부하고, 언어로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언어로 표현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기에
우리는 언어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옹알이로 어머니와 대화하였고,
언어를 배우며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늘 누군가와 대화하며 살아가야합니다.

만약 대화할 상대가 없다면 나 자신과 대화하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으면 그와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며 대화하고, 맞장구치며 대화를 나눕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함께 웃고 울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서로 충고하고 비판하기도 하며, 장점을 발견해 주고 칭찬하며
서로의 성장을 도와줍니다
.

그리고 어떤 때는 한 마디의 고귀한 충고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기도 합니다
.
이것이 대화를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대화의 맛이며, 결실입니다.

대화를 통해 나의 경험을 나누고, 나의 마음을 전달하고, 정보를 공유합니다.

대화는 우리의 삶입니다.

대화는 인생의 기초이며, 기둥이며,
이것이 마침내 하나의 건물이 되고 우리의 모든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매일의 대화는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이고
, 건축이며, 설계이고, 그림이며,
하나의 사진이며, 풍경화입니다.

매일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사랑의 밑그림을 그리고,
사랑의 집과, 하나의 인격체를 완성해 나갑니다.

내가 신학생 때 우리 지도 신부님은 신학생들을 부를 때,
이름 뒤에 선수라는 부름말을 붙여 주셨습니다.
모든 신부님들이 그러셨던 것은 아니고,
신학생들의 영성지도를 맡으신 한 분이 그러셨습니다.

나는 그 신부님이 그런 호칭, 그런 부름말을 사용하시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신부님이 나를 부를 때,
무슨 선수하고 부르면 나도 모르게 차렷하는 느낌으로,
자세를 바르게 가다듬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선수로서의 자격과 실력을 갖추기 위해
나도 모르게 정신을 차리고
,
선수로서 승리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선수로서 실격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며,
정신적 신체적 단련을 통해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오래 된 기억이지만,
처음에 아무런 생각 없이 듣고 살았던 호칭과 부름말이 세월이 지나면서
나를 정말 훌륭한 선수로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좋은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말과 대화는 너와 내가 만들어 가는 사랑의 둥지가 될 수 있습니다.

대화가 사랑스러우면 사랑의 둥지가 되고,
대화가 믿음이면 신뢰의 둥지가 됩니다.
대화에 해학이 가득하면 안방극장이 되고,
대화가 하느님이면 성전이 됩니다.
대화가 복되고 은혜로우면 거룩하고 은혜로운 잔치가 되고,
그것이 마침내 우리를 복되고 거룩한 사도로 우리를 성장시켜 줍니다.

그러므로 매일의 대화는
우리가 음식물을 통해 영양분을 얻는 것과 같이
우리 삶의 자양분이 되고,
활력소가 되며, 인생의 즐거움 그 자체가 됩니다.

매일의 대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 그 자체인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것의 실천적 의미는
원수와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화가 끊어진 상대를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그는 내 인생의 원수입니다.

원수이니까 대화하지 않는 것입니다.
원수이니까 대화한다고 해도 저주밖에 퍼부을 것이 없습니다.

저주를 퍼부어대는 것은 더 이상 대화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원수와 대화할 수 있다면,
그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의 계명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의 대화를 통해 서로 성장하고, 사랑을 키워가며,
내 삶의 자리를 확인합니다.

매일의 대화를 통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우리의 사랑을 한 층 더 큰 사랑으로 성숙시켜 나갑니다
.

매일의 대화는
맛있어 보이는 밥상을 받고 기뻐하고 달려드는 것처럼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서로 감탄하고, 그것을 맛보고 즐거워하며,
훌륭한 식사를 끝낸 것처럼
모두가 만족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그러므로 우리는 대화하기 전에 잠깐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화는 나 자신도 모르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주제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바뀌고,

마치 강물이 흘러가듯 잔잔하다가도 요동치며,
그 주제가 어디로 흐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대화를 하느님 아버지께 맡겨드려야 합니다.
성령께서 우리의 대화를 주관하실 수 있도록 간절히 청해야 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라 할지라고 기도하고 대화해야 합니다.

복되고 은혜로운 대화, 슬기롭고 효성스러운 대화,
잘 씹고 음미하여 좋은 영양분이 될 수 있는 대화로 이끌어 나가려면
우리의 자유의지를 성령께 맡겨 드려야 합니다
.

그래서 입만 열면 모든 이의 눈빛이 밝아지고 따스해지며,
사랑으로 가득 찰 수 있게 만들어 가야 합니다.

특히 원수와 대화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더욱 그렇게 해야 합니다.

주님 앞에서 충분히 기도하고, 마음을 비운 다음에
성령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대화에 들어가야 합니다
.

우리가 겸손하게 기도하고 하느님께 의지하여
모든 것을 맡기고 대화한다면
,
주님께서 우리에게 참된 지혜를 주시어,
주님께서 우리가 할 말을 미리 다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우리의 겸손하고 지혜로운 대화가 나를 은혜롭게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온 세상이 축복으로 가득차고,
사랑과 행복과 즐거움이 충만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대화의 시간을 가집시다 아멘

(수원교구 율전동 밤밭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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