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차이로 차별을..기타등등

인쇄

장동근 [julli1] 쪽지 캡슐

1999-05-28 ㅣ No.102

요즈음 6지구에선 청년신앙대회의 일환으로 여러가지 강의를 한다.

나는 그중에서 화요일과 목요일에 하는 수화교육과 수요일에 하는 인권강의를 듣고 있다. 어제는 처음으로 수화선생님과 언니네에서 술을 마셨다.

8시가 되면 언제나 칼같이 강의를 시작하던 선생님께서 웬일이신지 지각을 하셨고 조금 피곤해하시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두 매번 강의만 듣고 몇사람 친한 이들끼리 가서 뒷풀이를 하는 것이 아쉬워 선생님께 함께 자리할 것을 청했다. 그리고 얘기들과 술을 함께 하며 웃고 떠들었다.

지금까지는 별반 중요한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이제 부터.. 수화를 하며 두가지 느낀 것이 있다.

그 첫번째는 음~  인권강의에서 배운 차이로 차별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느낌이다. 내가 처음 수화를 배우기로 작정한 것은 매번의 술자리에서 먼저 배운 이들이 쬐금 배웠다구 막 자기들끼리 배운 것을 복습하며 웃고 떠드는 것과 또 그것을 너무나 좋아하며 기뻐하는 그들의 모습때문이었다. 쉽게 얘기해서 왕따를 면하기 위한 궁여지책! 수화를 배우면서 나는 진심으로 한번도 수화선생님을 장애인으로 바라본 적이 없다. 그냥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그리고 더한 것은 존경심마저 들었다는 것이다. 넘 잼있고 밝은 선생님의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뻔하고 누구도 아무렇지않게 생각하는 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님을 이해 구하며.. 함께 술마시고 축구하고 배우고 가르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다. 솔직히 말 못하는 사람과 술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이 나로선 두려운 일이었다. 무얼 이야기 해야 하는지, 어떻게 얘기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렇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에 지나지 않았다. 모르겠는 것은솔직히 모르겠다고 이해구하고 선생님은 친절이 가르쳐 주시고.. 어느 자리 못지 않게, 아니 똑같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내가 좀 나을거란 기대도 없지 않았지만 되려 나보다 나은 선생님의 모습이 부러웠을 따름이다. 두번째는 정확하지 않지만 전해들은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선생님이 어제 그렇게 피곤해 하신 연유는 지금까지 일하고 계신 직장에서 어려운 처지를 당하고 계시다는 것이다. 저녁까지 일을 하셔야 하는 처지이신 선생님은 수화교육을 위해서, 수화를 가르치시는 것이 넘 좋아서 저녁 근무를 잘 못한다고 하신다. 상식으로 상상할 수 있듯 어느 직장이라고 좋아하겠는가..    그렇지만 직장을 그만 두더라도 수화를 가르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시다고 한다. 무엇을 위해서 힘들더라도 자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무얼 하며 사는가 싶었다. 조금만 내 구미에 맞지 않으면 손을 놓아버리고 화내고 지치고 투정부리고.. 그렇게 살았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 들으면서 내가 참 많이 부끄러웠다.

선생님이 넘 좋았다. 어제 술 취한 김에 몇번을 안았는지 모른다. 넘 좋아서리..

지금까지 무언가는 다를 거란 생각이었다. 분명히 틀린 것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니다.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더군다나 내가 더 모자라단 창피함만 무성하다.

열심히 배울 거다. 특별히 수화를 배워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치만 '여보슈~ 당신은 국어말고 무얼 할 줄 아셔~' 하고 물으면 자신있게 '전 수화를 할 줄 압니다.' 하고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배울거다. 그리고 또 선생님이랑 술마시고 놀면서 꼬옥 안아드릴거다.   

 



2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