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나자렛 예수의 부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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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영 [mymoon] 쪽지 캡슐

2004-06-20 ㅣ No.3059

"나자렛 예수의 부활" 이야기

몇 달 전에 교리담당 수녀님께서, 금년 2월에 입교한 예비자 영상교리 시간에는 "나자렛 예수" 비디오 테이프를 새것으로 구입하여 상영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전에 쓰던 테이프는 너무 많이 사용하여 화질이 안좋고 중간에 음성이 5분정도 끊어진 곳도 있기 때문이다.

바오로 딸 수도회에서 시청각교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나는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하여, 가격이 50,000원으로 되어 있는 테이프 1세트(4개)를 구입했다. 소성당에 새로 구입한 대형 TV에서 확인해 보니 화면이 깨끗하고 좋긴 좋은데 우리말 녹음이 된 것이 아니고, 자막으로 번역되어 있었다.

5월 첫 영상교리 시간에 테이프 1번을 감상했다. 두 번 째 영상교리 시간에는 중고등부 미사를 소성당에서 드리에 되어 부득이 지하 교육관에서 액정 비디오로 시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수녀님께서 화면이 선명하지 않아 자막을 읽을 수가 없으니 전에 쓰던 테이프로 바꾸어 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새 테이프를 구입하고 나서 기존에 쓰던 테이프는 누굴 빌려 준 것 같은데, 이름을 기록해 놓지 않아 누구에게 빌려 주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수녀님께 사실대로 말씀 드리고, 그 날은 강의로 교리를 대신하셨다.

"나자렛 예수를 찾아라."

우선 빌려갔을 만한 신자들의 이름을 쭈욱 써놓고, 한 명 한 명 확인하여 이름을 지워가는데 모두들 빌려가지 않았다고 했다.

두번째는 가까운 본당에 알아보고, 있으면 복사를 부탁해 보기로 했다. 장안동, 전농동, 이문동, 청량리, 묵동... 전부 다 없단다. 그래, 전에 내가 다니던 길동본당에서도 신자들에게 비디오 대여를 했는데 거기는 있겠지? 혹시 지금 우리 동네 명일동 성당에는 있을까?

다음 날부터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묵주기도 지향을 "나자렛 예수님 돌아오십시오."로 하고 기도를 드렸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최선을 다해 찾아보고 열심히 기도하면 찾을 수 있겠지 하고 믿었다.

우선 아들녀석이 시간이 있다고 해서 길동본당을 가보라고 했더니, 거기에도 우리말 녹음된 것은 없다고 했다. 집사람은 명일동본당으로 가보라고 했더니 1번과 2번을 빌려다 놓았다. 3번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다행이다. 3분의 2는 해결되었다. 다음 주일에 2번을 새로 시청하고, 그 다음 주중으로 3번을 입수하면 되겠지...

한 편으로는 시중에서 새로 구입해 보기로 하고 쉬는 날 세운상가를 뒤졌다.
"나자렛예수 있어요?"
"없는데요."
그 다음 가게로 가서,
"나자렛예수 있어요?"
"있긴 있는데 DVD로 되어있군요."
"그거 우리말 녹음된 거예요?"
"아니오. 자막으로 된 건데요."

다음날은 황학동 벼룩시장을 뒤졌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많은 비디오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몇 개 남은 가게도 내가 찾는 나자렛 예수는 없었다.

두 번 째 영상교리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테이프 2번을 들고 당당하게 교육관으로 갔다. 헌데, 수녀님께서 느닷없이 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는 부분을 상영해달라고 하신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그 부분은 3번 테이프에 있는데...
"이번 주에는 안되겠는데요... 누구한테 복사본을 부탁해 놓았는데, 다음주에는 꼭 준비해 놓겠습니다."

대답은 해 놓았지만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 졌다. 그럴수록 더욱 더 하느님께 매달려 기도했다.
"하느님, 이건 당신의 사업이잖아요? 당신의 사업이니 당신이 그 테이프 구해주세요. 저는 하는데 까지 협조해 드릴테니,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결해 주세요. 물론 제가 관리를 소홀히 한 점도 있지만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여러군데 인테넷 쇼핑몰을 뒤졌으나, 우리말 녹음된 테이프는 현재로서는 시중에서 입수가 불가능했다. 그 테이프는 십 수 년전 [주말명화]로 방영된 후, 내용이 상당히 성서에 충실하고 교리교재로서의 활용도가 높아서 많은 본당에서 구입했던 테이프가 아니던가? KBS 영상사업단에도 알아보았으나 자료검색이 안되고, [성서주해] 5개 중에 한개가 [나자렛예수]라고 했다. 그건 내가 찾는 나자렛 예수가 아니다.

다시 생각이 이기정 신부님께까지 미쳤다. 그 신부님은 옛날부터 많은 교리교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3년 전 "브라서 썬, 시스터 문" 테이프를 구해달라고 부탁을 하셔서,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가서 그 테이프를 입수하여 복사본을 보내드린 일도 있기 때문에, 신부님도 자료가 있으면 흔쾌히 보내 주시리라 믿었다.

경북 울진군에 있는 북면본당으로 전화드리니 마침 신부님이 직접 전화를 받으시고, 3번 테이프가 있으니 복사하여 보내주신다고 했다. 휴~~~ 한 시름 놓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금요일 낮에 테이프가 도착하여 시험상영을 해보았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여러 번 복사를 하다보니 칼라가 거의 사라지고 흑백에 가까운 화질이 아닌가? 그래도 일단은 마음이 놓였다.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그 얘기를 또 했다.

집사람이 하는 말이, 전에 보니 명일동본당 홍보분과 위원장인 자매님이 명동 바오로서원에 가서 테이프를 많이 사왔다는데 거기도 알아보았느냐고 했다.
"거기도 바오로 딸 수도회가 운영하는 매장인데, 내가 구입한 자막테이프가 바로 바오로 딸 수도회 본원에서 나온 게 아니오?"
"그래도 그 자매님은 명동에서 많이 사오던데..."

토요일 출근하자마자 명동 바오로서원에 전화를 걸었다. 영상자료 담당수녀님이 10시 이후에 계시니 그때 전화하란다. 10시 15분에 전화했다. 딱 1세트 남아있으니, 구입하려면 예약하란다.
<그럼요, 수녀님. 예약 하구말구요. 제가 얼마나 찾아 헤매던 나자렛 예수인데요... 답십리본당에서 사기로 정히 예약합니다. 꽝!(도장 찍는 소리)>

그렇게 하여, 오늘 영상교리 시간에는 십자가상 운명에서 부활까지의 내용(교리 진도에 맞춘 것이라고 함)을 깨끗한 화면과 또렷한 우리말 음성으로 예비자들에게 잘 보여 줄 수가 있었다.

"'부활하신 나자렛 예수님', 감사합니다. 아멘!"

<덛붙이는 글>

D-day를 하루 앞 둔 토요일(어제) 오후...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놓고, '저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느님, 정말 멋쟁이셔' 하며 혼자 좋아하고 있는데, 관리장께서 나자렛 예수 3번을 또 하나 들고 사무실에 들어오셨다.
"그거 어디서 났어요?..."
"4층 교리실 비디오함에 있던데요..."

 

오!!!!  하느님, 맙소사!!!!

- 2004.6.20. 답십리성당 사무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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