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연중제5주일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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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1999-02-07 ㅣ No.68

연중 제5주일(가해, 1999. 2. 7)

                                                                   제1독서 : 이사 58, 7 - 10

                                                                   제2독서 : 1고린 2, 1 - 5

                                                                   복   음 : 마태  5, 13 - 16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 지나면서 봄을 시샘하는 듯 늦은 추위가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겨울다운 봄을 지낸 한 주간이었습니다.

  요즘 우리들은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밥을 굶고 있는 아이들, 여러 해의 홍수로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어 가고 있는 북한의 어린아이들과 동포들.  우리 또한 I.M.F라는 국가적 어려움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허리띠를 줄이고 줄여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가지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 속에서도 힘이 드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서로를 도와주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따뜻한 이야기들을 듣게됩니다.  매스컴들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고 숨겨졌던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힘들고 어렵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아직도 우리에게는 따뜻함이 남아있습니다.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다인 랍비가 제자들에게 "언제 새벽이 돌아온 줄을 아는가?"하고 질문하였습니다.  그러자 한 제자가 사람의 눈에 하늘의 훤한 빛의 줄기가 보이기 시작하는 때라고 하자.  랍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른 제자가 "사람과 숲을 구별하여 볼 수 있을 때 새벽이 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스승은 그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제자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대답을 못했습니다.  이때 랍비가 "밖을 내다봤을 때 지나가는 사람이 자기 형제로 보일 때, 그 때 새벽이 온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웃을 형제로 알고 대접하면 환한 새벽을 맞이하는 것이며 또한 그 자신의 빛을 환하게 밝히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참된 단식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네가 먹을 것을 굶주린 이에게 나눠주는 것, 떠돌며 고생하는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고 헐벗은 사람을 입혀 주며 제 골육을 모르는 체하지 않는다면 너희 빛이 새벽 동이 트듯 터져 나오리라.   너의 빛이 어둠에 떠올라 너의 어둠이 대낮같이 밝아 오리라."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이 옳지 못함을 명확히 말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보이기만을 위한 실천은 옳지 못하다고 예언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단식과 금육을 지키는 것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의 모습으로 실천되어 나타나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올바른 단식이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의 빛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자주 보는 초를 보아도 초가 불빛을 내는데는 초는 불에 녹아야 하고 심지는 새카맣게 타 들어가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내가 나를 죽이지 않고 내가 나 자신 속으로 새카맣게 타 들어가는 아픔이 아니라면 빛이 되지 못합니다.  또한 소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소금이 자신의 모습을 없애야만이 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소금의 짠맛은 녹아서 모든 음식에 맛을 더해 줍니다.  녹지 않는 소금은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고 들어 왔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얼마만큼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촛불은 됫박으로 덮어두면 조만간 꺼지고 맙니다.  한 개인의 마음속에만 갇혀 있는 사랑, 한 가족에게만 집중된 사랑, 한 집단, 한 국가에만 관심을 둔 사랑은 됫박으로 덮어 둔 것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닮아간다고 합니다.  그것처럼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인간에게 내주셨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을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새롭게 주어지는 이번 한 주간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음식에 녹아드는 소금처럼, 세상의 어둠을 이겨내는 한 줄기의 빛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커다란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우리의 주변에서부터 시작되는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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