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성당 게시판

어머니를 여읜 슬픔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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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용 [michael] 쪽지 캡슐

2001-07-28 ㅣ No.1758

얼마 전 모친상을 치르신 박상익 라파엘/김 수복 벨라데따 부부가 문상해주신 분들께 보낸 감사의 글에는 돌아가신 어머님을 그리는 진한 사모곡이 있었습니다. 이 글을 교우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두 분의 허락도 받지 않고 감히 게시판에 올립니다.


 

  어머니를 여읜 슬픔은 참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비할 데 없는 이 슬픔, 끝간 데를 알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저희들에게 보내주신 조문과 위로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저희들의 불효가 어머니를 좀더 일찍 떠나시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이렇게 인사의 말씀을 오리는 것조차도 부끄럽고 죄송한 생각이 듭니다. ’자식들에게 집이 되기 싫다’던 평소의 말씀처럼 어느 날 문득 떠나버리신 어머니의 외로움을 생각하면 저희들의 가슴은 에이는 듯합니다.

  어린 시절,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지 못하면 어머니는 저희를 꼭 껴안고 혀로 핥아 눈을 뜨게 해주셨지요. 어린 시절 눈에 와 닿던 따스한 어머니의 혀의 감촉이 아직도 눈가에 남아있는데 어머니는 정녕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살아계실 때 말 한마디라도 좀더 따뜻하게 하지 못하고 손이라도 한번 더 잡아드리지 못하고, 어머니 앞에서 마치 저 혼자 자란 것처럼 굴던 저희들의 어리석음과 불효가 이렇게 가슴에 못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머니의 영전에서 한없이 흘린 눈물은 저희들의 불효를 뉘우치는 눈물이었지만 이제 따뜻하게 말을 건넬 어머니도, 주름진 손을 잡아 볼 어머니도 이 세상에는 안 계십니다. 문득 환히 웃는 얼굴로 저희들의 이름을 부르며 집으로 들어오실 것 같은 그런 어머니를 이 세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자꾸만 눈물이 흐릅니다.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저희들은 다시 목놓아 울었습니다. 그 동안 활동하셨던 여러 기록들은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서랍에는 자식들 하나하나의 이름이 쓰여진 유물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자식들 이름 하나하나를 쓰시며 어머니는 행복하셨겠지만 저희는 그 이름을 쓰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또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고향 여수의 화양면 정수리에 있는 선영에 모셨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양지 바르고 나즈막한 언덕입니다. 이 선영도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마련하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크게 관심을 갖지 않던 저희들을 때론 나무라시고 때론 달래시며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조상들의 묘소를 한 곳으로 모아 선영을 만드시고 그토록 좋아하셨는데, 이제 어머니도 그곳 돌아가신 아버지 곁에 누워계십니다. 그곳에서는 어머니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고향 여수의 바다를 늘 바라보실 수 있다는 것으로 저희는 조그만 위안을 삼습니다.

  이제 보내주신 위로의 말씀을 큰 힘으로 삼고, 어머니께 하지 못한 효도 대신 어머니께서 남기지 뜻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 동안 경황이 없어 혹시 저희들이 저지른 잘못이 있다면 용서해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2001년 7월

 

박상익 김수복 박상언 김희숙 박상천 박인숙

               박성주 김익중 박경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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